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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송기원 편 ③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여자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송기원 편 ③

Editor! 2019. 1. 9. 09:40

이번 「과학+책+수다」의 주인공은 송기원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입니다. 2018년 10월 출간과 동시에 APCTP(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의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 2019년에는 국립 중앙 도서관의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으로 선정되는 등 화제를 부르고 있는 『포스트 게놈 시대』를 펴낸 송기원 교수는 대통령 소속 국가 생명 윤리 심의 위원회 제5기 위원으로 활동하며, 현대 문명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는 생명 과학 연구의 근본을 성찰하자는 메시지를 진중하게 사회에 보내고 있습니다. 연구와 활동으로 바쁜 송기원 교수를 과학책방 갈다에 모셔 짧은 시간이지만 식사를 겸한 수다를 나눴습니다.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생화학자로서, 불리한 사회적 여건을 헤쳐 나온 여성 과학자로서, 과학의 민주화를 고민하는 한 사람의 시민 과학자로서의 송기원 교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회인 3회에서는 송기원 교수의 나날이 깊어지는 고민을 들어봅니다.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SB: 사이언스북스 편집부)




「과학+책+수다」 아홉 번째 이야기

여자 과학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 송기원 편 ③



질주하는 포스트 게놈 시대, 생명 과학을 성찰하다

SB : 교수님이 생화학을 계속 공부를 해 오신 게 35년이신 거지요?


송기원 : 그렇지요. 1983년에 대학에 들어갔으니까요. 


SB : 40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럼에도 생명 과학의 발전이 너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놀라고 있고, 변화하는 환경에서 연구실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 고민이 된다는 말씀을 책에서 하셨습니다. 교수님은 연구실의 리더이고 학생들을 이끌고 있으신데요, 어떤 고민들을 하고 계신지 또 후배 연구자들과 학생들이 어떤 고민을 같이 했으면 좋겠는지 얘기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송기원 : 제가 박사 학위를 딴 후 한국에 돌아와 연구를 시작했을 때까지 한 20년 동안은 그래도 분자 생물학의 시대라고들 했어요. 특정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찾고, 그것의 아직 밝혀지지 않은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를 작은 연구실들도 다 할 수 있었죠. 그래서 한국 연구실들이 그때 약진을 해서 외국의 수준을 따라잡고 잘하시는 분들도 많이 나오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제 유전체 정보를 읽어 낼 수 있게 되고, 정보가 아주 많아지니까, 기존의 분자 생물학적인 방법으로는 풀 수 없었지만, 다른 분야와 협업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 문제들을 다루는 방법들이 개발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다른 과학 분야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연구가 거대화되기 시작했죠. 이제 작은 개인 연구실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졌고, 여러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커다란 연구단들이 좋은 성과를 더 많이 내게 되었죠. 특정한 형질에 관련된 유전자를 전부 찾고, 그 유전자들이 서로 어떻게 관련되는지 알아내는 것 같은 전체 시스템을 보는 연구는 많은 돈이 투입되어야 하고 연구의 규모가 되게 커야 하죠. 협업의 전통이 깊고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미국에서 좋은 성과들이 나오는 게 우연이 아니죠. 그러니까 여러 분야가 같이 연구해야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 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스템으로 지금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을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이라고 얘기해요. 그런데 꼭 그런 이름으로 부르지 않더라도, 이제 근본적인 질문들의 답을 찾는 것은 옛날에 쓰던 방법 갖고는 안 돼요. 연구를 하는 동시에 새로운 발견들을 위한 새로운 방법들을 개발해 내야 해요. 이제 그런 연구들에서 좋은 논문들이 나오고 있죠. 이런 변화를 보면 작은 실험실에서 작은 질문들을 가지고 하는 연구들을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하는지가 고민이 되어요. 


물론 좋은 질문을 찾아내는 사람은 여전히 훌륭한 과학자예요. 그러니 제가 하던 방식대로 좋은 질문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풀지, 고민하며 제가 하던 연구는 그런대로 해 갈 수 있죠. 학생들도 그렇게 가르칠 수 있어요. 그런데 더 큰 스케일로 협업하는 연구를 여기서는 할 수가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 학생들이 그런 연구실들을 찾아갈 수 있게 지원을 해 주는 거죠. 제가 여기서 그런 연구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특정한 한 사람의 연구자를 정해 수백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하는 ‘IBS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 같아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여러 그룹의 사람들을 모아 연구를 해야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게 오늘날 과학의 새로운 추세예요. 미국에서도 분자 생물학을 작은 규모로 연구하던 연구실들이 과거에는 많았어요. 그 추세가 점점 저물어 가는 것이 그 연구실들을 이끄는 분들이 은퇴하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런 식으로 과학을 잘 할 수 있는 시대가 점점 저물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SB : 옛날에 유전학 역사책 보면 나오는, 초파리 붙잡고 앉아서 실험하고 저기 선충 붙잡고 앉아서 이렇게 실험하고 이런 시대들이 저물어 가고 있군요? 


송기원 : 초파리나 선충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의 좋은 시스템일 거예요. (웃음) 질문에 접근하는 스케일이 달라지는 거지요. 유전자 하나에 대해서만 연구하는 게 아니라 관련되는 것 전부를 연구하고, 그것들끼리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는 식의 큰 스케일로 가는 연구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아니면 아주 미세한 스케일로 하나의 세포에서 어떻게 단백질이 돌아다니는지, 개수가 몇 개인지 보겠다는 연구도 있죠. 이런 연구들은 기존의 테크놀로지로는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 걸 발견하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연구 방법이 굉장히 많이 발달을 하게 되는 거지요. 


SB : 교수님께서 연구 윤리에 관심을 갖는 것도 연구의 변화하는 환경과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지에도 써 놓았지만, 교수님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송기원 교수님이 연구 윤리 같은, 어쩌면 부외적이라 할 수 있는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의외라고 얘기하시는 분도 종종 있었거든요. 교수님께서 정말 공부만 하시는 분이라고요.


송기원 : 누가 그런 얘기를? (웃음) 연구 윤리에 관심 있는 것보다는 생명 윤리에 관심이 있는 거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연구 윤리라고 그러면 연구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처럼 생각하는데요, 저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계속 해 왔으니 생명체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과정과 그 결과들을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수용을 해야 하는가에 관심이 생긴 거죠. 


SB : 연구 추세의 변화와 관계가 있는 건가요? 아니면 혹시 Rh- 혈액형과?


송기원 : 아니요. (웃음) 그건 요새는 잊어버리고 살아요. 옛날에는 저한테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었는데 요즘은 거의 생각하지 않죠.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무슨 일이 생겨도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받아들이는 거지. 


생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예를 들어서 합성 생물학의 추세 같은 것을 보면 놀라워요. 제가 효모를 연구하는데, 최근에 합성 생물학에서 효모의 염색체 16개를 1개로 이어붙인 후 생명 현상을 보이는 효모를 만들어 냈거든요. 이런 것들을 보면 ‘어, 이게 뭐지? 우리가 이래도 되나? 우리가 어디까지 가야 되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죠. 그 결과는 저한테 되게 충격적인 사건이었어요. 염색체 숫자라는 건 개체의 고유한 성질인가? 어떻게 기능을 하는 거지? 왜 진화하면서 염색체의 수가 정해졌을까? 이것들은 모두 별개의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걸 모조리 뭉개고 ‘한꺼번에 붙여도 되는데?’라는 답을 내놓은 거죠. 이제 우리가 생명체를 연구하는 게 단순히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단계를 넘어섰어요. 생명체를 가지고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 거죠. 이런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관련한 연구의 질문들이 계속 생기니까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연적으로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제프 보에케 교수 연구팀과 중국 과학 아카데미 연구팀은 효모 염색체를 재설계했다. 16개인 효모의 염색체를 이어 붙여 각각 2개, 1개의 염색체로 재설계한 것이다. 그림: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에서. ⓒ㈜사이언스북스


SB : 생명 윤리에 대해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신 건 언제예요? 


송기원 : 공부는 거의 한 게 없어요. 그냥 얘기하는 거지요. 특별히 생명 윤리에 대해서 공부를 한 건 아니고, 앞으로 공부를 좀 해 보고 싶어요. 은퇴할 때까지요. 제가 하는 과학 연구 이외에 도대체 생명이란 것이 무엇인지, 이 생명을 각각의 시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 왔는지, 합성 생물학의 시대에서는 생명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또 미래에는 어떨지, 이런 것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 보고 싶어요. 세계적으로도 그런 것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공부한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공부를 병행해서 할 수 있으면 해 보고 싶어요. 



대통령 빠진 대통령 직속 국가 생명 윤리 심의 위원회

SB :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 생명 윤리 심의 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어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공부하시면서 실천도 하시는 셈이 되는데 이 기관이 정확히 어떤 건지 설명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송기원 : 솔직하게 말하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웃음)


SB : 솔직하게 말해 주시면 제일 좋고요. 그리고 그 안에서 교수님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얘기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송기원 : 왜 저한테 이 연락이 왔는지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이걸 해 달라고 얘기를 해서 저도 관심이 있으니까 하게 된 거예요. 미국에서 줄기 세포나 합성 생물학 연구들이 시작될 때마다 생명 과학에 관련된 중요한 이슈들을 논의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 생명 윤리 위원회(Presidential Commission for the Study of Bioethical Issues, PCSBI)가 있거든요. 마이클 샌델 같은 사람들이 속해 있었죠. 거기에서 나오는 가이드라인들이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중요했어요. 왜냐하면 전 세계적으로 아무 가이드라인이 없었거든요. 그쪽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자들이 모여서 심도 있게 고민을 하고 그런 결과가 나오는 걸 보고 저도 읽고 그랬어요. 한국에도 이런 게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제안을 해 주셔서 미국의 그런 위원회 같은 건가, 생각을 하고 선뜻 하겠다고 한 거예요. 다양한 학제적인 접근을 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한국에서 생명 윤리의 기초 작업 같은 것들을 논의하는 자리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갔어요. 그런데 대통령 직속이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보기에는 뭔가 되게 높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나 봐요. 진짜 미국에서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 대통령도 참석해서 논의하고 그러는 것 같던데, 우리나라는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SB : 대통령은 아직 못 보셨어요? 


송기원 : 대통령을 특별히 만나겠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주무 장관들도 잘 안 나타나고요. 제가 보니까 보건복지부의 중요한 결정해야 되는 정책적 시안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해서 심의를 거치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한 것 같아요. 어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고 그런 단계는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원장님이나 여러 위원회의 분들이 노력은 하시고 계시지만요. 


SB : 정부의 인식이 굉장히 낮네요. 대통령 직속이면 대통령도 오시고 그러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송기원 : 대통령은 바쁘시니까. 그런데 주무 장관도 아무도 안 오세요. 보건복지부 장관님만 한두 번 오신 그런 정도이고, 


SB : 보건복지부 소속은 아니잖아요? 


송기원 : 소속은 아니라는데 실제 가 보니까 보건복지부의 위원회처럼 운영이 되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다 바쁘신 분들이니까 거기에 주무 장관이 안 오시는 건 이해가 돼요. 하지만 저는 과학기술부에서는 누군가 와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제가 과기부 쪽에서 누가 오시는 걸 거의 못 봤어요. 과기부는 윤리 문제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과학 기술의 성장 동력을 발목 잡는다는 식으로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SB : 이런 문제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요? 


송기원 : 네. 과기부의 높으신 분들이 안 오시더라도 실무자들이 와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저는 기대를 했었는데 과기부에서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 봐요. 계속 그래 왔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게 좀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와 그밖에 다른 부처가 함께 이야기를 하고 같이 가기 위해서 이런 위원회가 있는 건데, 각 부처의 입장 때문에 서로 논의가 잘 안 된다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면 제가 과기부에서 연구비를 못 받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들기도 하네요. (웃음) 


SB : 이런 것 때문에 안 주면 안 되지요. 


송기원 : 아니 그런데 그런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윤리가 꼭 과학 기술의 발목을 잡는 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더 잘 인식하고 다 같이 갈 수 있게 하는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과기부 쪽에 그런 반응들이 있더라고요. 거기 가 보니까. 


SB : 과기부 관료들은 진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걸까요? 


송기원 : 잘 모르겠어요. 저도 과기부 관료랑 직접 얘기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요.  


SB : 얘기를 못 하셨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군요. 


송기원 : 거기 오신 적이 거의 없어요. 특히 과장급 이상은 한 번도 안 오신 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빠졌을 때 오셨을 수도 있어요. 제가 회의가 많아서 매번 간 건 아니라서요. 그런데 과기부가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이제 근본적인 질문들의 답을 찾는 것은 옛날에 쓰던 방법 갖고는 안 돼요. 연구를 하는 동시에 새로운 발견들을 위한 새로운 방법들을 개발해 내야 해요." 송기원 연세대 교수. ⓒ㈜사이언스북스.


SB : 위원회에 안건이 올라오는 건 개별 연구인가요? 아니면 사회적 이슈인가요? 


송기원 : 요즘 중요하게 논의했던 건 DTC(direct to customer)였어요. 우리나라에서 기존에는 유전자 검사를 의료 기관에서 했는데, 이걸 일반인들이 기업에 의뢰해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그 항목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요.


SB : 그건 아직 금지되어 있지 않나요? 


송기원 : 그게 허용이 됐대요. 2016년인가 허용이 됐는데, 허가를 받은 항목의 수가 너무 작아서 회사가 이것 갖고는 장사가 안 된다고 항목 확대를 요청해 온 거죠. 이번 정부는 규제를 전부 푸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려 한다고 그러는데 그것에 대해서 논의가 올라왔어요.


SB : 그 방향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송기원 : 모르겠어요. 아직 논의가 끝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이게 심의 위원회이기 때문에, 위원회에서 이렇게 하는 게 꼭 옳으냐고 의문을 제기해도 보건복지부에서 그냥 진행하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또 여러 다른 중요한 안건들이 있어요. 생명 윤리에 관한 법률을 어떻게 개정을 했으면 좋겠는지 그런 논의들.


SB : 현재 일반 대중들이 좀 알았으면 하는 관련 이슈들이 몇 가지 있으면 소개를 해 주셔도 되는데요. 


송기원 : 지금 DTC가 가장 큰 이슈고요. 그다음에 어디까지를 유전자 치료로 볼 거냐는 이슈도 있어요. 황우석 사태 이후 기존 생명 윤리법은 연구자 쪽에서 볼때는 너무 심하게 규제를 하는 쪽으로 만들어져 있는 측면도 있지요.


SB : 완고하게. 


송기원 : 완고하게 되어 있죠. 하지만 이제 연구 환경이 변해서 사실은 규제가 한국에서만 된다고 의미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딴 나라에 가서 하면 그만인 거니까요. 다른 나라에 어느 정도 규제가 있는지 동향을 보고 현실화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좀 논의가 필요하죠. 여러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유전자에 관련 없는 생명 현상은 없으니까 생명 윤리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개정할 건지 그런 논의가 아마 있는 것 같아요. 


SB : 그 문제들도 지금 위원회에서 하고 있는 거고요? 


송기원 : 네. 논의를 하고 있는 사항이지요.


SB : 생명 윤리 문제 다루시게 되시면서 새로 떠오른 고민거리가 있으신가요? 


송기원 : 생명 윤리를 다루면서 떠올랐다기보다는, 그런 고민들이 생겨서 생명 윤리에도 관심을 갖게 된 건데요, 이전에는 과학 연구가 환원적인 접근을 했잖아요. 근대적 방식이지요. 이 환원적인 접근이 과학에서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여러 분야가 융합해서 전체적인 조망을 하려는 그런 연구들이 있는 것처럼, 근대의 후기 자본주의적인 시각만을 가지고 산업적인 측면으로만 생명체를 바라보는 것, 나아가 그런 관점으로 과학과 기술을 보는 게 옳은 것인가 전 그런 질문들이 들기 시작했어요. 


생태 문제들도 심각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생태 문제들을 근대의 가치관을 유지한 채로 다룰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자연이라는 걸 계속 착취하는 과정이 결국 근대 문명이었잖아요. 자연을 착취하고 거기서 이익을 얻고 이런 발상으로 여태까지 왔는데, 우리가 계속 이렇게 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들어요. 우리가 생명을 가지고 이렇게 실험을 하는 것, 합성 생물학을 통해서 하는 시도들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 거지? 생태적으로는 어떻게 이걸 수용해야 할까? 이런 질문들이 저한테 있고 아마 그런 것 때문에 제가 윤리 문제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과학이 가는 방향이 옳은 건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다시, 생명이란 무엇인가?

SB :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다른 자리에서도 생명이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하셨고, 인터뷰를 통해 말씀을 들어보니까 교수님께서 계속 평생 갖고 오셨던 문제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정의하시는 생명이라는 건 뭔가요?


자연이라는 걸 계속 착취하는 과정이 결국 근대 문명이었잖아요. 자연을 착취하고 거기서 이익을 얻고 이런 발상으로 여태까지 왔는데, 우리가 계속 이렇게 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들어요. 그림: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에서. ⓒ㈜사이언스북스


송기원 : 잘 모르겠어요. 그걸 알면 제가 대가가 될 텐데요. 생명이라는 게 설명하기가 되게 어렵고 여전히 우리가 잘 모르고 있잖아요. 


물질에서 생명으로 전이되는 그 순간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보통 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생명의 몇 가지 정의가 있거든요. 이 정의에 따르면 생명은 자기와 닮은 개체를 재생산할 수 있어야 하고, 무질서도가 낮은 상황으로 유지가 되는 상태예요.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항상 무질서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는데, 생명이 있는 동안만은 무질서도가 낮게 유지가 돼요. 생명이 없어지면 다시 무질서도가 높아져 우리가 다시 원소로, 우주로 돌아가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한지 정말 의문이 들거든요. 생명은 생명에서부터만 나오지 생명이 없는 것에서 나올 수가 없는 건데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생명이 어떻게 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명체나 생명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서 달라져 왔잖아요. 그래서 아까 제가 그런 공부를 좀 해 보고 싶다고 했죠. 왜냐하면 기술의 발달 때문에 이 시대의 생명이 뭔지에 대해서 질문이 더 많아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냉동된 배아는 생명체일까요? 계속 얼려 두면 생명체가 아니지만 녹여 착상하면 완벽한 생명체가 될 수 있는 거고요. 또 만약 우리가 유전체를 다 재설계해서 합성한 후 인간의 원래 유전체와 인공 유전체를 바꿔치기했을 때 재생산이 가능하며 생명체로 기능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생태적인 문제는 어떻게 소화를 해야 할까요? 또 요즘 인간의 몸 역시 기계를 통해서 확장이 되어 가잖아요. 이렇게 기계랑 사람이 연관되어서 확장되는 부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걸까요? AI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어서 재생산은 불가능하지만 그 외의 생명체가 할 수 있는 기능을 다 하면 그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여러 가지 테크놀로지의 발달이 도대체 생명이라는 게 뭔지에 대해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어요. 그런 것을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하는 작업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같이 하다 보면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근대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생각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SB : 그 생각들을 담은 책을 저희 쪽에서 꼭 내 주시지요.


송기원 : 제가 열심히 공부를 해서 은퇴하기 전에 책을 낼 만큼 쌓이면 사이언스북스에서 꼭 내겠습니다. 그때까지 종이 책이 유용한 시대일까요?


SB : 종이 책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책을 상상해 볼 수도 있겠죠. 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 



(과학+책+수다: 송기원 편 끝)




◆ 관련 도서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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