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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조지프 니덤과 ‘코리아’

Editor! 2019.03.25 17:06

조지프 니덤의 평전으로서는 우리나라에 처음 출간된 『중국을 사랑한 남자』의 감수는 한국 전통 과학 기술사 연구의 거인인 전상운 전 성신여대 총장께서 맡아 주셨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8년 1월 출간된 책을 보시기 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전상운 선생님과 니덤의 인연은 깊습니다. 한국 과학사 연구에 뜻을 세운 1960년대 초반, 니덤의 요청으로 송이영의 혼천 시계를 실측하고 촬영해 그 정보와 사진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의 과학 기술이 세계 과학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으며, 『중국의 과학과 문명』가 출간되었을 때에는 쥐꼬리만한 교사 월급과 겨우 얻은 유학 장학금을 몽땅 털어 도서 수입상에서 책을 구입해 며칠 밤낮을 탐독했다는 추억을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성신여대 총장의 짐을 내려놓고 학술 연구를 위해 영국에 가셨을 때에는 니덤 연구소에 적을 두고 2000년 출간된 『한국 과학사』 준비 작업에 몰두하셨죠. 

편집부에서 전 선생님께 이 니덤 평전의 감수와 해설 원고를 부탁 드렸을 때 선생님은 니덤 연구소에 계셨을 때의 마주한 니덤의 92세 생일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 주셨습니다. 읽고 있는 저도 타임머신을 타고 그날 그 순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하시죠.




『중국을 사랑한 남자: 조지프 니덤 평전』

조지프 니덤과 ‘코리아’



1991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니덤 연구소에 자리를 얻어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해 니덤을 90을 넘긴 늙은 학자였다. 12월 9일 그는 늘 하던 대로 오후에 연구소 로비의 그의 전용 컴퓨터 앞에 앉아 자기 책 원고를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의 의자는 휠체어였다. 나는 1년 가까이 내 연구실을 드나들면서 그의 그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오후 4시, 티타임. 연구소 사람들이 연구원 전용 휴게실인 콤비네이션 룸에 모였다. 몇 가지 차와 커피를 각자 셀프서비스로 마시면서 즐거운 이야기가 오간다. 니덤은 전상운이 선물한 “코리안 레드 진생 티”를 마시겠다고 홍삼차 티백을 찻잔에 넣는다. 존 모페트의 선창으로 생일 축하 인사가 이어진다. 전화가 온다. 캐나다에서 프랜시스카 브레이의 축하 전화다.


얼마나 자연스러운 생일 축하 모임인지. 우리는 그저 즐겁고 행복했다.


나와 니덤의 인연은 1960년대 초에 맺어졌다. 그는 나를 아끼고 도와주는 사부와 같은 존재였다. 그의 요청으로 그의 한국 전통 과학 연구를 도울 기회를 가지면서 케임브리지와 서울을 오가는 학문적 우정이 깊어 갔다. 몇 번의 니덤 연구소 방문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국제 과학사 회의에서의 만남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나를 맞아 준 그의 따뜻한 눈길은 어렵고 외로운 동아시아 과학사 연구의 길에서 늘 나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호펑욕, H. T. 황 등의 연구 동료들과 교류하고 우정을 쌓을 수가 있었던 것은 니덤 연구소라는 따뜻한 마당 덕분이었다. 조금은 답답한 영국 생활의 청량제가 거기 있었다. 나카야마 시게루와 내이선 시빈은 영국에서도 우리 내외의 ‘동무’였다.


사이먼 윈체스터의 니덤 평전인 『중국을 사랑한 남자』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래서 내게는 더욱 각별한 책이다. 그의 꾸밈 없는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사이먼 윈체스터의 글솜씨는 나에게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카야마는 1988년에 일본에서 낸, 『조지프 니덤의 세계』에서 그를 “명예 도사(道士)”라고 불러 니덤을 기쁘게 했다. 그는 학문적 업적과 자유로운 삶을 이룬, 진정 ‘도사’였다. 


윈체스터의 이 책에는 인간 니덤과 20세기 최고의 중국 과학사 학자 니덤의 모습이 너무나도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의 따뜻한 눈빛과 사람 냄새가 배어 있는 이 책이 내게 기쁨을 안겨 준다.


─ 전상운(전 성신 여자 대학교 총장, 『한국 과학사』 저자)






관련 도서



『중국을 사랑한 남자』 [도서정보]


『한국 과학사』 [도서정보]

니덤의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한국 전통 과학 기술의 가치를 재발견해 낸 한국 과학 기술사 연구의 고전.


『우리 과학 문화재의 한길에 서서』 [도서정보]

한국 과학 기술사 5,000년의 역사를 발굴하고 지켜 온 원로 학자의 60년 학문 인생 


『중국의 과학 문명』 [도서정보]

세계적 과학사 권위자 야부우치 기요시의 중국 과학 문명사


『동아시아 과학의 차이』 [도서정보]

서양 과학의 동아시아 전파를 둘러싼 수수께끼에 도전한 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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