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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공존한다: 『포토 아크』 옮긴이의 말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공존한다: 『포토 아크』 옮긴이의 말

Editor! 2019.08.14 11:00

내가 사는 수리산 자락에는 골짜기로 길게 들어앉은 널따란 공원이 있다. 입구에 “초막골 생태 공원”이라는 커다란 글자들이 솟대처럼 늘어서 있다. 그 아래 간판에는 금두꺼비 머리 같은 황금빛 부조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송아지만 한 금두꺼비 형상 대여섯 개가 번쩍번쩍 우람하게 엎디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금두꺼비가 아니라 맹꽁이란다. 저 위쪽에 가면 맹꽁이만을 위한 “맹꽁이 습지원”도 있단다. 귀한 몸이 되신 맹꽁이가 초막골 생태 공원을 대표하는 상징이란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웬만한 사람은 저 형상을 보고 첫눈에 금두꺼비라고 오해할 법하다. 인간은 ‘금’을 욕망한다. 그래서 ‘금두꺼비’를 만들어 냈고, 흑갈색이 아니라 금빛으로 치장된 맹꽁이를 보고도 ‘금두꺼비’이기를 무의식적으로 욕망한다. 또한 인간은 ‘금’을 욕망하느라 두꺼비도 맹꽁이도 무참히 희생시켰다. 이제는 둘 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자연에 존재했던 실제 황금두꺼비(golden toad, Incilius periglenes, EX)는 이미 한 세대 전에 절멸했다.

 

출처: 미국 어류 및 야생 동물 보호국

공원 초입에 있는 맹꽁이 조형물을 옆에서 보는 것과 정면에서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옆에서 보면, 나는 그저 지나가는 구경꾼이거나 방관자일 뿐이다. 하지만 정면에서 보면 약간 긴장하면서 눈부터 마주 보게 된다. 마주 봄으로써 관계가 맺어지고 인연이 엮인다. 방관자가 아니라 당사자가 된다. 뭔가 교감이나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조엘 사토리의 『포토 아크』에 승선한 동물들은 대부분 카메라 쪽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과 시선을 마주하는 나는 그들을 아주 자세히 살펴보게 되고, 그들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인간의 개체수 급증과 욕망 때문에 그들이 겪어 온 수난과 고통을 생각하게 되고, 장차 그들의 존재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게 된다.


‘우리 인간들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아프고 슬프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제 안 그럴게. 잘할게. 진심이야. 부디 우리 곁에 계속 있어 줘.’


이런 독백을, 방백을 그들이 알아듣더라도 과연 믿어 줄까? 그들을 지키는 것은 곧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이다. 우리는 그들이 있어서 존재할 수 있고,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철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는 “우리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동물 거울을 닦는다.”라고 말했다. 동물이기도 한 인간이지만 다른 동물 없이는 온전한 인간일 수 없다. 맹꽁이가 사라지면 인간은 맹꽁이가 된다.


『포토 아크』에 실린 사진이 영정 사진이 아니라 멋들어진 초상으로 영원히 남기를 바라며, 이 중요하고 어려운 ‘포토 아크’ 프로젝트를 지금도 사력을 다해 이끌어 가고 있는 조엘 사토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아울러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의 우리말 이름을 하나하나 찾아서 확인하고 원서의 오류까지 바로잡아 준 서울 대공원 동물 기획과의 장현주 선생님과, 복잡한 편집 작업을 정확하고 철저하게 진행해 준 (주)사이언스북스 편집부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 2019년 7월 산본에서


권기호

서울 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주)사이언스북스의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도서 출판 공존에서 좋은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 『생명의 편지』,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인체 완전판』(공역), 『현대 과학의 여섯 가지 쟁점』(공역) 등이 있다.

 

 

『포토 아크』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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