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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영혼, 앤 드루얀 인터뷰 ① 본문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재밌게 읽으시고 있는지요? 「코스모스」 다큐멘터리 시즌 3가 지난 주 끝났습니다. 아쉬움을 느끼고 계실 독자들과 시청자들을 위해 앤 드루얀의 특별 인터뷰를 일부 공개합니다. 이 인터뷰는 천문학자이자 과학 책방 갈다의 대표인 이명현 박사님께서 2019년 5월 28일 뉴욕 주 이타카 시 앤 드루얀 자택에서 한 것입니다. 이명현 박사님은 칼 세이건의 삶과 업적을 추적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와도 ‘칼 세이건 살롱’, ‘칼 세이건 전작 읽기’ 같은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계시죠. 이명현 박사님은 최근 《한국일보》에 실은 서평에서 “앤 드루얀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라고 평하기도 하셨죠. (기사 링크) 칼 세이건이 떠난 지 20년 넘게 지났음에도, 새로운 책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내며 그의 영혼을 계승해 가고 있는 앤 드루얀의 사상과 사랑 이야기를 만끽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모두 2편으로 나눠 발행됩니다.
“우주 속으로 나아가거라!”
이명현: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가 곧 출간된다고 들었습니다. 2020년 봄 다큐멘터리 방영과 함께 내년 정도에 출간될 예정이라죠. 먼저 축하 인사 드립니다. 저는 한국어판 출판사인 사이언스북스로부터 번역 원고 일부를 얻어 한국 독자들보다 살짝 먼저 읽어 볼 수 있었습니다. 멋진 책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그런데 책머리부터 궁금증이 생기더군요. 한국 독자들을 대신해서 이 책과 관련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첫머리에서 사라(Sarah), 조이(Zoe), 노라(Norah), 그리고 헬레나(Helena)를 언급했는데 그들은 누구죠? 그들에게 이 책을 헌정한 이유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앤 드루얀: 이들은 전부 칼의 손녀와 증손녀 들이에요. 사라는 칼의 아들인 제러미(Jeremy)의 딸이에요. 조이는 이곳(뉴욕 주 이타카)에 사는 닉(Nick)의 딸이에요. 노라는 증손녀예요. 노라는 토니오(Tonio)의 딸이에요. 토니오는 칼의 첫째 아이인 도리언(Dorion)의 아들이죠. 그리고 헬레나는 저와 칼의 딸인 사샤(Sasha)의 딸이죠. 제가 이 책을 그들에게 바친 이유는 그들 모두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그들 누구도 칼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들 안에 칼의 일부가 살아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페미니스트 톤으로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었어요.
“우주 속으로 나아가거라!”
이명현: 이 책은 칼 세이건이 어렸을 때인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에 가서 영감을 얻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것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요?
앤 드루얀: 저는 뉴욕 시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아직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헤이든 천체 투영관 입구에 있는 로비에 여러 종류의 체중계들이 있었어요. 목성에서는 당신의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그리고 화성에서는 얼마나 나가는지 재 볼 수 있었어요. 퀸스에서 자랐기 때문에 저는 박물관을 밥 먹듯이 들락거렸어요. 그래서 그때 제가 몇 살이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아요. 하지만 제가 목성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기억이 나요. 갑자기 무게는 보편 상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무게는 다른 무언가와 관련이 있어야만 했죠. 이게 어린 제 가슴을 벅차게 했어요. 돌파구를 찾았을 때 느끼는 그런 감정을 갑자기 느꼈으니까요. 누군가가 이것은 중력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해 주었어요. 저에게 중력은 우주적이고 동떨어진 것이었어요. 지금 지구의 중심이 저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처럼 목성에서는 목성의 중심이 저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저 같은 깡마른 어린아이도 목성에서는 무게가 훨씬 더 많이 나간다는 생각이 저를 굉장히 설레게 했죠. 이 경험은 제가 계속해서 지적인 성장을 하게 되는 밑거름이 되었어요.
뉴욕 시에서 자랄 수 있었다는 것도 저에겐 정말 좋은 일이었어요. 굉장히 자유로웠거든요. 그때가 지금보다 더 순수했던 시절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람들은 항상 순수했던 시절이라서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사실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제가 어린아이로서 느꼈던 것은 언제든지 지하철을 타고 도시로 나갈 수 있었다는 거예요. 아버지의 사무실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매주 목요일엔 학교가 끝나면 엄마와 함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프릭 컬렉션, 자연사 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에 갔어요. 정말 신나는 일이었죠. 좋은 시간이었어요. 중산층 특유의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정말 좋았어요.
『코스모스』를 『코스모스』이게 하는 것
이명현: 그렇군요. 그런데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다큐멘터리로 보면 「코스모스」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고 책으로 치면 두 번째 작품입니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 지난 「코스모스」 시리즈의 작품들과 공유하는 철학은 무엇이고 차이는 무엇입니까?
앤 드루얀: 우리 「코스모스」 시리즈의 철학이라, 그것은 우리가 코스모스의 일부이며 우리 안에 코스모스가 있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코스모스에 의해서 만들어졌죠. 코스모스가 진화하면서, 더 극적으로는 지구가 진화하면서 우리가 만들어졌어요. 그게 우리예요. 이 박사님께서 이전 원고를 보셨다니 그 원고의 마지막 문장과는 다를 수 있지만, 저는 책과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끝내고 싶어요.
“우리는 서서히 자연의 책을 읽는 법을, 자연의 법칙을 배우는 법을, 나무를 보살피는 법을 익혔다. 우리가 코스모스라는 망망대해에서 언제,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수단이, 별로 돌아가는 길이 되었다.”
그리고 과학의 소리, 그러니까 과학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유념하지 않으면 우리는 파멸할 것이라는 저의 확신을 담고 싶었어요. 첫 번째 『코스모스』, 두 번째 『코스모스』, 이번 『코스모스』, 그리고 이미 작업을 시작한 다음 『코스모스』 모두에서 이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죠. 사람들이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깨닫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어요. 사람들에게 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그들의 눈과 귀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물리적으로 다가가 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해요.
실제로 서구 문명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천국 같은 다른 세상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 여겨요. 정말 아이로니컬하죠. 내세가 진정한 시작이라고, 메인 이벤트라고 생각하죠. 현실은 아무것도 아닌 거죠. 여기에서 당신이 얼마나 비참한 처지에 있는지,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다른 어딘가로 갈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다른 어딘가로 가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당면한 문제나 저지른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상상 속 친구가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나, 근심 걱정 없는 상상 속 세계로 우리가 갈 것이라는 발상은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이에요. 정말로 위험한 생각이죠. 지금까지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주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거예요.
칼과 저는 언제는 아이들을 이런 존재로 키우려고 했어요. 그나저나 이건 10월에 나오는 제 딸의 책의 주제와 어느 정도 비슷해요. 훌륭한 책이죠. 이 책의 저자는 사샤 세이건(Sasha Sagan)이고 출판은 펭귄 퍼트넘 출판사가 맡았어요. 만약 이 책을 칼에게 보여 줄 수 있다면 칼이 정말 기뻐할 거예요. 실제로 리처드 도킨스가 “이 책의 저자가 칼 세이건의 딸인지 몰랐더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칼 세이건의 딸인지 알게 될 것이다.”라는 추천사를 써 주었어요. 『우리 같은 작은 존재들을 위해서(For Small Creatures Such As We)』라는 제목의 책이에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인류가 만약 오래전부터 자신의 아이들을 아주 어렸을 때 자연의 본 모습을 자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키웠더라면 어땠을까요? 우리의 아이들에게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나는 동화나 꾸며낸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마술적 사고나 신화적 소망 같은 것들을 심어 주는 대신에, 자연에서 일어나는 경이로운 진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아이들이 자연과 그 속에 사는 자신을 사랑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도록 이끌 수만 있다면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전 지구적 환경 위기는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이게 우리 문명의 비극이에요. 우리는 변해야 해요.
이명현: 차이점은요?
앤 드루얀: 차이점이라면……, 텔레비전이든 책이든 미디어에 쓸 수 있는 시각 효과가 첫 번째 『코스모스』를 만들었던 1980년에 비해서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거죠. 우리가 원하던 것 이상이었죠.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은 앞선 두 『코스모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영화 촬영 감독인 카를 발터 린덴라우프(Karl Walter Lindenlaub)를 섭외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특수 효과 아티스트들이 속한 세계적 단체인 시각 효과 협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제프 오쿤(Jeff A. Okun)도 섭외할 수 있었죠. 저와 함께 각본을 쓰는 일에는 텔레비전과 영화계에서 저명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브래넌 브라가(Brannon Braga)가 합류했죠. 그는 아주 훌륭한 협력자예요. 정말 환상적인 사람이죠.
이번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 염원하는 바는 앞선 책이나 다큐멘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그렇게 되길 바라죠. 하지만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 내는 능력만큼은 더 발전했죠. 예를 들어 11장 「생명 거주 가능 영역이라는 덧없는 은총」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 지구가 소멸될 만큼 먼 미래에 우리가 사는 지구와 태양계가 어떻게 바뀔지 상상해 화면으로 만들어 보았어요.
우리는 현재 생명 거주 가능 영역에 위치해 있지만, 1년에 2미터 정도의 속도로 벗어나고 있어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지구 궤도가 이렇게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완벽한 위치에서 벗어나는 데는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도 언젠가는 생명 거주 가능 영역이 지구 궤도 너머 태양계 바깥쪽으로 이동할 테고, 현재의 지구는 생명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겠죠. 그래서 우리는 제프 오쿤에게 태양이 적색 거성이 되어 태양계 외곽의 행성들을 향해 자신의 대기권을 날려 보내는 모습을 묘사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정말 가슴 아픈 장면이었죠. 제프가 정말 훌륭한 작업을 해 주었어요. 수십억 년 뒤 있을 그 엄청난 대재앙을 정말로 멋지게 표현해 주었죠. 그가 작업한 다른 여러 장면들도 칼에게 정말로 보여 주고 싶어요.
그런데 공통점과 차이점을 넘어선 연결 고리 같은 것도 있어요. 혹시 들어 보실래요?
이명현: 좋죠.
『코스모스』 시리즈의 숨겨진 커넥톰
앤 드루얀: 저와 칼의 아들인 샘 세이건(Sam Sagan)도 이타카 대학교를 졸업한 후 『코스모스』를 어떻게 쓰는지 배우고 아이디어와 언어적인 면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저희 시나리오 작가 팀에 합류했어요. 10여 년 전 제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샘과 함께 갔죠. 그때 이 박사님도 샘을 보셨죠? 그 샘이 저희 팀에 점점 적응해 가고 자신감을 얻어 가면서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고, 팀에 최고의 이야깃거리들을 선물해 주었어요. 저희가 「코스모스」 시리즈에 넣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고대 인도 아소카 왕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죠. (고대 인도 사상 최초의 통일 국가인 마우리아 왕조의 정복왕이자 인도 전토에 불교를 퍼뜨린 호법왕 아소카 왕 이야기는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2장의 중심 소재이기도 하다.)
사실 이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었죠. 어떤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본성과 양육 중 어떤 것이 더 큰 영향을 주냐 묻는다면 저는 항상 본성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클 거라고 답하죠. 본성은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성격과 현재 삶에 영향을 줘요.
칼은 샘이 다섯 살 때 세상을 떠났어요. 칼은 항상 아소카 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어요. 칼과 함께 첫 번째 『코스모스』를 만들 때가 샘을 임신하기 12년 전이에요. 당시 칼이 “아소카를 해 봅시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첫 번째 『코스모스』에 아소카 왕 이야기를 넣어 보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죠. 칼이 아소카 왕에게 끌렸던 이유는 H. G. 웰스가 역사의 모든 왕들 중 아소카만이 “거의 유일하게 빛나는 별이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었어요.
이번에 「코스모스」 시리즈의 세 번째 책과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면서, “우리는 정말로 변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주제로 한 에피소드를 넣기로 했죠. 사실 이 문제는 칼과 제가 『잊혀진 조상들의 그림자』를 쓰게 됐던 원동력이었죠. “인류는 하나의 종으로서 과연 변화할 수 있는가 아니면 파멸할 것인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시나리오 작가 팀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샘이 자세를 똑바로 고쳐 잡고 이렇게 말했어요. “아소카 왕의 이야기를 해야 해요.”
저는 소름이 돋았어요. 첫 번째 『코스모스』를 만들 때 칼이 이야기했던 이후로 한 번도 아소카 왕에 대해서 듣거나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두 번째 『코스모스』를 만들 때도 아소카 왕 이야기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샘이, 아소카 왕 이야기를 넣어야 한다고 말한 거죠. 칼이 언젠가 어린 샘에게 아소카 왕 이야기라도 한 걸까요? 샘은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여러 이야깃거리를 주었는데 그것들은 무척이나 생산적인 역할을 했어요.
이명현: 2008년에 당신이 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을 때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이 기억납니다. 이 책에서 샘의 뇌수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5장 「우주의 커넥톰」 참조) 당신은 굉장히 용감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샘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앤 드루얀: 샘의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군요.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아름답고 사려 깊고 총명해요. 제가 책에 쓴 내용이긴 하지만 우리가 같이 일하던 어느 날 오후 샘이 갑자기 불쑥 나타나서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어요. 제 속에 있는 무언가가 저를 벌떡 일으켜 세웠어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말했죠. “지금 당장 응급실에 가자.”
저와 같이 일하던 모든 사람이 제가 미쳤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은 “집으로 보내세요. 그의 아파트에 가라고 해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안 돼요! 절대 안 돼요! 응급실에 가야 돼요”라고 했죠.
응급실에 가서 보니 뇌출혈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어요. 제가 어떻게 알았냐면 칼도 똑같았거든요. 아프다고 한 적이 없었죠. 그가 아프다고 하면, 그러니까 “음, 몸이 좀 좋지 않은 것 같아.”라고 말할 때면, 응급 맹장 수술이 필요한 거예요. 별것도 아닌 걸로 아프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도 그랬고 그의 아들도 그랬죠.
신경과 중환자실에서 3주를 꽉 채웠어요. 굉장히 불안했어요. 샘을 정말 많이 걱정하고 사랑하니까 그랬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칼이 골수 이식을 받을 때 생각이 너무 많이 떠올랐거든요. 둘 다 똑같이 가늘고 긴 아름다운 손가락을 가지고 있고 호리호리하고 아름다운 골상을 가지고 있었죠. 그렇게 그곳에서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어요. 특히 그의 감은 눈과 검은 긴 속눈썹을 볼 때면 마치 칼이 병원에 누워 있는 것을 보는 것만 같았어요. 가슴이 미어졌죠.
네스터 곤잘레스(Nestor Gonzalez) 박사가 있어서 천만다행이었어요. 제 책에도 썼지만, 그는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던 첫 번째 「코스모스」 다큐멘터리를 보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죠. 그가 이렇게 엄청나게 어렵고 위험한 수술을 해낼 수 있었다는 사실과 이것이 「코스모스」 시리즈에 보답하는 그만의 방법이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어요. 그래서 샘의 건강 상태는 지금 완벽해요.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그가 정말 자랑스럽고 끔찍한 경험을 견뎌내 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명현: 그러고 보니 「코스모스」 시리즈 다큐멘터리의 시즌 1과 시즌 2의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한 작가 겸 천문학자인 스티븐 소터(Steven Soter)가 세 번째 다큐멘터리에서는 빠졌군요. 그에 대해서는 한국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와의 공동 작업이 어땠는지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앤 드루얀: 그는 뉴욕에 사는 천문학자예요. 시즌 2 작업을 하던 도중에 그는 뉴욕에 살던 소중한 사람과 떨어져 지낼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로스앤젤레스에 더 있길 원하지 않았죠. 하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일해야 했어요. 그때 브래넌이 등장했죠. 스티븐 소터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떠났어요. 그다음에 브래넌과 제가 글을 마무리했죠. 스티븐이 떠났을 무렵 시즌 2 전체 에피소드의 3분의 2 정도가 완성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브래넌과 저는 스티븐과 제가 함께 써 놓은 엄청난 양의 글을 바탕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죠.
앤 드루얀(Ann Druyan)
앤 드루얀은 미국 항공 우주국(NASA) 보이저 성간 메시지 프로젝트의 기획자였고, 2005년 러시아 ICBM으로 발사된 솔라 세일을 활용한 최초의 심우주 탐사 우주선의 프로그램 기획자였다. 작고한 남편 칼 세이건과 함께 1980년대에 「코스모스」 텔레비전 시리즈를 만들어서 에미 상과 피보디 상을 받았고, 공저로 6권의 책을 써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드루얀은 또 워너브러더스 제작, 조디 포스터 주연, 밥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콘택트」를 공동 제작했다. 폭스 채널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 제작한 「코스모스: 스페이스 타임 오디세이(Cosmos: A Space Time Odyssey)」의 대표 제작자, 감독, 공동 작가로 2014년 피보디 상, 미국 제작자 조합상, 에미 상을 받았다. 에미 상 13개 부문에 오른 「코스모스: 스페이스 타임 오디세이」는 전 세계 181개국에서 상영되었다. 드루얀은 2020년 첫 방영될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Cosmos: Possible Worlds)」의 총 제작자, 작가, 감독이다. 소행성 세이건(2709)과 드루얀(4970)은 결혼 반지 같은 궤도로 영원히 함께 태양을 돌고 있다.
옮긴이 | 이명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천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 조직 위원회 문화 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한국형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 KOREA)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다. 현재 과학 책방 갈다 대표이자 과학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빅히스토리 1: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명현의 별헤는 밤』, 『과학하고 앉아 있네 2: 이명현의 외계인과 UFO』, 『과학 수다』(공저) 등을 저술했다.
◆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책들 ◆
『코스모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제1의 과학서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인류의 운명에 대한 과학적 성찰
『혜성』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어 줄 타임캡슐의 모든 것
『지구의 속삭임』
인류가 심우주로 보낸 편지
『창백한 푸른 점』
현대 천문학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찾다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과학계와 종교계를 뜨겁게 달군 위대한 강연
『에필로그』
칼 세이건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콘택트1』
『콘택트2』
외계 생명과의 만남을 그린 명작 영화의 원작
『에덴의 용』
뇌과학과 우주적 상상력의 만남!
퓰리처 상 수상작
『코스믹 커넥션』
50년의 세월에도 바래지 않는 칼 세이건의 통찰
『브로카의 뇌』 (근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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