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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오픈-북: 『송기원의 생명 공부』를 먼저 읽고 1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사이언스-오픈-북: 『송기원의 생명 공부』를 먼저 읽고 1

Editor! 2024. 5. 24. 16:08

생명 과학이 혁명적으로 발전하는 이 시대,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를 쓴 송기원 연세 대학교 생화학과 교수님이 10년 만에 『생명』의 개정 증보판 『송기원의 생명 공부』를 새롭게 펴냈습니다.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 중일까요? 『인간은 왜 인간이고 초파리는 왜 초파리인가:운명을 가르는 생명의 레시피』의 저자 이대한 성균관 대학교 생명 과학과 교수님이 『송기원의 생명 공부』를 먼저 읽고 발견한 생명의 비밀을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송기원의 생명 공부』

 

 

질문하는 생명

 

질문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낯선 느낌은 본질적으로 무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은 잘 안다고 믿거나 당연하게 여기던 무언가에 대해 사실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한다. 훌륭한 과학자란 그런 질문의 힘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과학자는 예리한 질문으로 세상을 낯설게 하고, 낯섦이 드러낸 무지를 정확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직업이다.

 

 

 

 

생명체의 DNA는 네 종류의 염기, A, T, G, C 서열이 이중 나선 구조로 쌍을 이루고 있어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DNA를 읽어 유전 정보를 해독할 수 있게 된 것은 DNA 시퀀싱이라는 염기 서열 해독 기술 덕분이다.

―『송기원의 생명 공부』 본문에서

 

 

『송기원의 생명 공부』는 살아 있는 동안 우리 곁을 단 한 순간도 떠나지 않는 ‘생명’을 낯설게 만드는 17가지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여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생명이 어떻게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지, 왜 생명의 모습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지 묻는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질문에 치열하게 매달린 과학자들이 개척한 지식의 영토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책의 남다른 깊이는 저자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다른 과학자들의 응답을 소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함께 던지며 치열하게 고민한다는 데에서 온다.

 

인간은 생명이 무엇인지를 묻는 독특한 종이다. 질문을 멈추지 않는 인간은 생명에 대한 앎을 끊임없이 쌓아왔고, 그 앎은 지구상의 다른 생물들이 가져본 적 없는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 힘은 저자가 『생명』을 출간했던 10년 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20세기에 생물 속에 그 생물을 만들어 내는 레시피, DNA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21세기에는 그 레시피를 마음대로 읽고 자유자재로 고쳐 쓸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종으로 거듭난 것이다. 코로나19의 극복 과정 또한 생명 과학의 힘을 입증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생화학자 캐리 멀리스는 PCR, 즉 중합 효소 연쇄 반응을 이용한 DNA 증폭 기술 개발 공로로 199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뉴욕 타임스》는  “생물학의 역사는 PCR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대서특필한 바 있다. PCR와 여기서 파생한 여러 가지 기술은 현재 분자 생물학, 의료, 범죄 수사, 생물 분류 등 DNA를 취급하는 작업 전반에서 지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송기원의 생명 공부』 본문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이 생명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자신과 다른 생명을 조작할 수 있는 종이라고 한다면, 그런 힘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혹은 쓰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다.

 

통제되지 않는 과학의 힘이 어떤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지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목도했다. 이 책의 마지막 질문, ‘생명 과학은 우리에게 어떤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가?’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 할 질문이다.

 

 

 

어디까지 예방과 치료가 꼭 필요한 질병이고 어디부터 단순히 생명체의 능력을 증가시키는 강화인지 구분이 쉽지 않기에 생명 과학 기술과 윤리 문제의 어려움이 있다. 손쉬운 과학적 방법으로 욕망을 채워 가는 과정에서, 생명체의 한 종으로서의 인간의 정체성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고민할 때다.

―『송기원의 생명 공부』 본문에서

 

 

생명에 대한 지식 그 자체는 생명을 살리지도, 죽이지도 않는다. 앎의 힘이 초래할 미래는 질문하고 성찰하는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아주 많은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생명을 공부했으면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생명의 경이로움에 대해 이해하고, 그 이해가 가져다주는 힘과 위험에 대해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이대한(성균관대학교 생명 과학과 교수)

예쁜꼬마선충, 초파리와 같은 작은 동물들과 함께 진화를 연구하는 유전학자. 서울 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야생 예쁜꼬마선충에서 나타나는 행동 차이에 대한 유전적 기반을 밝힌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 후 연구원으로서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체 진화와 페로몬 의사 소통의 진화를, 스위스 로잔 대학교에서 초파리 신경계의 진화를 연구했다. 현재는 성균관 대학교 생명 과학과에서 조교수로 재직하며 다양한 생물이 어떻게 발생하고 행동하는지를 진화적 관점에서 연구하는 이보믹스(Evomics) 연구실을 이끌고 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송기원의 생명 공부』 도서 정보

 

 

 

『송기원의 포스트 게놈 시대』 도서 정보

 

 

 

『궁극의 질문들』 도서 정보

 

 

 

『종의 기원』 도서 정보

 

 

『면역』 도서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