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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을 존중하는 것은, 사람의 존엄을 돌아보는 것: 『리와일딩 선언』 출간 기념 저자 인터뷰 2편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야생을 존중하는 것은, 사람의 존엄을 돌아보는 것: 『리와일딩 선언』 출간 기념 저자 인터뷰 2편

Editor! 2025. 10. 24. 10:04

김산하 선생님은 『리와일딩 선언』을 통해 지금과 같은 파괴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세계를 자유롭고 건강한 야생의 놀라움이 가득한 세계로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곳은 인간의 정교한 기술과 야생의 풍부한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테고요. 야생은 그 본연의 자유로움을 마음껏 누리면서 모든 존재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될 겁니다. 무엇보다 “인간에 의해 사라진 종들로 인해 생태계가 온전치 않으므로 인간이 이 문제를 바로잡을 당위가 있음이 리와일딩의 철학”(69쪽)을 의식한다면,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의 세계에서 리와일딩이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 보여 주는” 긍정적인 바람이 담긴 움직임이라는 점을 의식한다면 누구나 ‘리와일딩 선언’ 하게 되지 않을까요?


 

 

예측 불가능성의 수용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오늘, 야생 동물을 본 사람이 있나요?” 집에서 나오다가 새 한 마리를 보긴 봤는데……. 동네에서 마주친 이런 흔하디흔한 생물도 정말 야생 동물이란 말인가? 물론 같은 동네라 하더라도 야산에서 뛰쳐나온 멧돼지였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말이다.

 

 

신연선: 마주침도 중요하겠죠. 도시화된 사회에서는 야생과의 만남이 거의 단절된 상태니까요. 책에서 다루는 싱가포르의 도시 리와일딩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예요.

 

김산하: 싱가포르는 한국과 같은 아시아고, 경제 수준도 비슷하거든요. 도시화된 국가고요. 그럼에도 그곳은 수달이 함께 살아요. 싱가포르의 제일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인 마리나 베이와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수달이 번식을 한 적이 있어요. 사실 수달은 개체의 길이가 꽤 큽니다. 또한 번식기나 새끼가 있는 경우에는 굉장히 사납고요. 실제 사람을 공격한 사례도 있었죠. 더구나 싱가포르는 비싼 잉어를 키우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수달이 잉어를 죽여서 주민들이 분노한 적도 있는데요. 그렇지만 총리가 나서서 우리는 공생해야 한다고 얘기했거든요. 싱가포르가 그렇다면 한국이 못할 것 없어요. 분위기만 반전된다면요. 이미 자연을 그냥 내버려두자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다고 생각하고요. 한국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봐요. 늦지 않았어요.

 

 

사진: 최현명.

 

도시와 야생의 충돌이 드러난 장면. 

 

 

신연선: 책 표지에도 고라니 사진이 있는데요. 고라니는 멸종 위기종이고 한반도에서 생존한 아름다운 동물인데 농촌에서 유해 동물 취급을 받아요. 그것 역시도 분위기 전환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김산하: 그래서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에요. 자칫 잘못하면 정말 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거든요. 유해 동물이 대중적으로 더 알려지고 있고요. 환경부는 그에 해당하는 동물을 늘리고 있어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농업을 안 하는 나라는 없고요. 어디나 초식 동물이 와서 농작물을 노리게 마련이에요. 그러나 유해 동물 목록을, 그것도 국가가 만들고 관리하는 곳은 없어요. 한국이 유일하죠. 심지어 그 종류를 점점 늘려요. 그 안에 토종 생물이 잔뜩 포함되어 있고요. 농민 입장을 생각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농민의 고충을 생각하더라도 유해 동물이라는 목록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각 맥락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해야죠. 이때 중요한 것이 야생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결코 박멸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겁니다. 피해에 화가 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비가 많이 와서 얻게 된 피해 이상으로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이죠. 풍수해를 입으면 자연재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멧돼지로 인해 피해를 입으면 거의 범죄를 당한 수준으로 얘기를 해요. 그러한 인식부터 달라져야 해요. 리와일딩은 야생을 수용하고 지금까지 우리에게 잘못 자리매김된 개념을 없애자는 이야기예요.

 

 

신연선: “인간이 생각하는 어떤 상이나 목표에 부합하는지와 상관없이 자연이 스스로 가는 길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이를 위해 궁극적으로 손을 뗀다는 의미”(44쪽)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 “예측불가능성에 대한 수용”(71쪽)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요? 여기에 ‘리와일딩’의 중요한 철학이 녹아 있는 것 같아요.

 

김산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시대가 변하면서 점차 이 부분이 강조됐어요. 잠깐 말씀드렸지만 예전에는 뭔가를 열심히 지키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외래의 침입종을 제거하기도 했고요. 잘 알려진 것이 황소개구리인데요. 아까시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래종인데 산림이 엄청 많아요. 아직도 국가 차원에서 아까시나무를 제거하는 사업을 펼치고, 그러다가 산림 자체를 파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종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예측불가능성 역시 거기에 들어가 있습니다.

 

아무 개입도 안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토종의 자연이 잘 살 수 있도록, 외래종이 지나치게 잠식하지 않게 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겠죠. 그러나 과거와 같은 박멸은 더 이상 아닌 거예요. 특히 예측 불가능성에는 자연 자체가 본원적으로 그렇다는 아이디어가 담겨 있어요. 좋은 예가 하천인데요. 유럽에서는 하천의 자연화 논의를 배경으로 작년과 재작년에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댐을 제거했거든요. 더 이상 하천을 제어하려고 하지 말자는 겁니다. 아시겠지만 하천이 지도에는 단순한 모습으로 표시되어 있다 하더라도 비가 많이 오면 넘치면서 모습이 바뀌잖아요. 그게 하천의 기본 생리예요. 그래서 큰 범람원이라는 게 있는 거고요. 하천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범람원까지 하천의 영역으로 두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는 하천 바로 옆에 카페를 짓고, 물이 넘어오면 큰일이 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천의 예측 불가능성은 본질적인 것인데 그것을 부정해요. 하천을 비롯해 생태계는 모두 예측 불가능성을 갖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정도 할 일만 하고 물러나서 더 이상 개입하지 말자는 것이 리와일딩의 이야기예요. 아무리 미관이 마음에 안 들거나 종 구성이 마음에 안 든다 하더라도 말이죠.

 

 

사진: 생명다양성재단.

 

포르투갈 코아 계곡은 잦은 산불로 인한 개척자 종의 우점을 야생 복원을 통해 극복하고, 천이 과정을 촉진해 원래의 산림-초원 혼합 지대가 자생하도록 하는 리와일딩 사업의 현장이다. 말카타 자연 보호 구역은 이 지역 최상위 포식자인 스라소니의 마지막 서식지였다. 조림 사업으로 많은 부분을 상실했지만 원래의 식생이 보존된 곳을 중심으로 리와일딩이 전개되고 있다. 

 

 

신연선: 산불이 난 산을 복원하겠다고 특정 수종을 식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를 관리를 한 뒤 물러나야 한다는 것도 그러한 이유겠네요. 인간이 물러났을 때 오히려 산이 훨씬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다고요.

 

김산하: 정확하게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산불로 인한 자연 복원은 예측 불가능성과 깊이 맞닿아 있고, 리와일딩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올해 산불 피해를 입은 고운사에서 주지 스님이 자연 복원을 선언하셨어요. 저희 재단과 몇 개의 단체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요. 스님이 리와일딩을 들어보신 것 같지 않고, 언급도 않으셨지만 정확하게 같은 철학이었어요. 실제로 자연 복원의 결과를 보면 자연은 너무나 풍부하고, 다양하게 잘해요. 다만 우리가 예측하지 않은 방향으로 잘하죠. 인간이 디자인한 바와 다를 뿐이에요. 따라서 인간의 개입을 고수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런데도 산림청 같은 곳에서는 산림 회복을 한다면서 산불에서 살아남은 나무까지 제거하고 새 나무들을 심으려 하거든요. 그러지 않아도 돼요. 이미 종자가 다 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하나도 없어요. 가만히 두면 알아서 잘 자랍니다.

 

 

신연선: 실제로 예산도 아낄 수 있겠어요.

 

김산하: 흔히 경제 효과를 말할 때 너무 한쪽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산림청이 나무를 나무를 유통하는 것만 경제적 효과가 아니고요. 할 필요가 없는 사업을 안 함으로써 아끼는 것도 경제 효과예요. 뿐만 아니라 자연이 풍부하게 돌아오면 그것만으로 또 다른 경제적 효과도 생기잖아요.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고요. 자연적으로 복원된 산의 탄소 저장량이 훨씬 높다는 것 또한 이미 증명이 되었거든요. 그런 이유만으로도 내버려둬야 할 이유가 충분해요.

 

 

사진: ESA, CC BY-SA IGO 3.0.

 

리와일딩이라는 이름표와 다소 거리를 둔 채 일반 자연 보호 구역으로 남으려는 OVP, 같은 철학적 계보와 유형을 따랐지만 여전히 성공적인 리와일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넵 캐슬 농장. 대형 초식 동물과 대체 가축 동물의 방사로 특정되는 리와일딩의 두 대표 사례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들이 누린 인기와 관심, 그리고 동시에 수반되었던 문제와 논란 모두 리와일딩이 현재 계속해서 활발히 변화, 발전 중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야생 자연의 진화처럼 그 여정은 아마 영원히 끝이 없으리라 하겠다.

 

 

한국 리와일딩의 현재

 

신연선: 한편 네덜란드의 우스터바더스플라산(Oostvaardersplassen, OVP) 사례를 보면서 자연을 그대로 둔다는 것에 일종의 도덕적 충돌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초식 동물 개체가 늘어나고, 결국 사망률이 증가해 이 실험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있었잖아요. 자연 그리고 야생이 인간의 도덕 개념과 충돌했을 때 어떻게 건설적인 논의를 이어갈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일 거예요.

 

김산하:  아주 중요한 문제고, 그래서 OVP 사례가 리와일딩 역사에 중요한 사례로 인식되는 건데요. 이 모델에 본원적 문제는 있었죠. 영역이 제한되어 있으면 야생이 더 성장했을 때 갈 데가 없어지니까요. 바로 그 점이 고립된 작은 모델만으로는 리와일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또한 리와일딩에는 포식자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까지 보여 주고 있죠. 최종적으로 OVP가 재판에서는 지지는 않았고, 동물 학대로 인정받지는 않았지만 대중적 의미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개입이 시작됐고요.

결국 타협이 중요할 겁니다. 다만 어떠한 방향을 추구하면서 타협해야죠. 적어도 사라졌던 동물이 돌아오고, 대형 초식 동물이 자유롭게 야생성을 회복하는 것이 서유럽의 네덜란드 같은 선진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모두가 보았고요. 덕분에 네덜란드는 다른 사업들을 많이 하게 됐고, 거기에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들도 많거든요. 현재는 네덜란드가 유럽의 리와일딩 핵심 국가가 됐습니다. 리와일딩 유럽 본사가 네덜란드에 있을 정도니까요. OVP 역시 그 같은 문제적 사건을 딛고서 더욱 성장했어요. 나아가 리와일딩의 담론까지 키웠고요. 덕분에 일반 국민들도 해결해야 될 난제가 존재하지만 저쪽으로 가는 건 맞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봅니다.

 

 

신연선: “동물과 자연은 어차피 국적 따위와 완전히 무관하다.”(73쪽)라고도 하셨죠. 문장의 맥락을 더 확장한다면, 리와일딩에 있어 초국적 협력도 무척 중요한 일 같아요. 이와 관련해 어떤 고민과 바람이 있으세요?

 

김산하: 지금 유럽에서는 늑대가 자연스럽게 동에서 서로 퍼지고 있거든요. 네덜란드에서 벨기에까지 벌써 갔어요. 그러면서 문제도 발생하고 있지만 늑대가 저절로 오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초국적인 협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편 반대의 사례가 있죠. 아프리카돼지열병입니다. 멧돼지가 병을 전염시킨다고 해서 국경마다 울타리를 엄청나게 쳤잖아요. 한국은 한반도 둘레보다 더 긴 울타리를 곳곳에 쳐놨고, 아직도 걷고 있지 않아요. 우리가 전 세계적인 리와일딩의 대척점에서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야 합니다. 일단 울타리 같은 것으로 전염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너무나 구시대적 발상이에요. 국가 간 교류를 단순히 인터넷 차단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듯 이런 식의 차단은 목적과도 어긋나고, 쓸데없는 피해만 양산하는 겁니다.

 

특히 한반도에는 휴전선이 있고, DMZ가 있어요.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인위적인 차단을 해서 지금까지 자연이 유지되어 있는 것인데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리와일딩, 이 두 가지를 양손에 놓고 본다면 당연히 리와일딩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연선: 호랑이도 그렇잖아요. 한반도에도 굉장히 많은 호랑이들이 있었고요. 그렇다면 시베리아 등지에 현존하는 호랑이에 대한 리와일딩 움직임에 한국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는 넓은 개념의 인식이 필요해요.

 

김산하: 그 점을 크게 보여 주는 것이 철새 도래지입니다. 특히 서해안의 리아스식 해안, 이를테면 새만금이나 천수만 같은 곳은 북쪽에 있던 새들이 잠깐 쉬었다 아래로 내려가고, 반대로 올라갈 때도 들렀다 가는 곳이거든요. 그런 와중에 뉴질랜드에서 철새가 오지 않아 문제를 파악해 봤어요. 결국 새만금과 같은 우리나라 서해안이 너무나 파괴되어서 와야 할 철새들이 오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죠. 그들이 한국의 시민 단체에 연락을 해 왔잖아요. 도와주겠다면서요. 새뿐 아니라 거북이, 고래도 그래요. 연어가 얼마나 긴 거리를 거슬러서 오는지 모르거든요. 이것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게다가 생각해 보세요. 한국의 여권만 있으면 전 세계 각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곳이 정말 많아요. 인간은 그렇게나 이동의 자유를 누리면서 자연의 이동에 대해서는 반대로 개입해요.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S.Yoo, CC BY-SA 2.5, via Wikimedia Commons.

 

철원 농민과 두루미의 사례는 대중적으로 보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자연 보전의 새로운 담론의 형성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리와일딩의 패러다임에 주목할 만한 이유다. 곳곳에서 산발적이고 동떨어져 일어나고 있는 자연 보전 노력의 여러 구슬을 한 실로 꿰고, 그러면서 동시에 과학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 미래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다. 

 

 

신연선: 그렇다면 한국 리와일딩의 현재도 궁금해집니다. 그래도 일단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어떻게 생각의 전환을 위해서 애를 쓰고 있는지 들려주세요.

 

김산하: 그동안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도 있었고 국립 생태원, 국립 생물 자원관, 국립 공원 관리 공단 같은 곳에서 크고 작은 보전 사업을 해 왔는데요. 엄격하게 리와일딩에 해당하는 사례는 별로 없어요. 왜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한가 하면, 리와일딩이라는 사상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진짜 야생을 돌려놓는 철학으로써 인정되는 사업인지, 그냥 그동안 해 왔던 식인 지리산을 지켜야 한다는 종류의 사업인지는 큰 차이가 있거든요. 기존의 패러다임에 문제가 있었고 또 그렇게 성공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은 점점 더 무관심해졌고요. 현재 케이블카 사업이 통과되어 설악산에 짓고 있어요. 여러 지자체가 더 개발하려고 하지 보전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는 않아요. 한국 사례는 굉장히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달가슴곰 사업이 좋은 사례이기는 하지만 곰이 돌아옴으로써 생태계가 회복된다는 것에 대한 고려가 너무 없고요. 특별히 자료를 모으지도 않았어요. 개체군이 늘어난 것은 성공적이지만 이후에 갈 곳이 없어 지자체를 설득하는데 모두 거부하고 안 받아 줬거든요. 또한 DMZ 사례는 그저 접근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니 리와일딩의 사례라고 생각하기 어렵고요. 다만 책에서 인용한 것처럼 DMZ 근방의 농민들과 두루미가 공존하면서 공간을 활용하는 사례는 리와일딩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사례는 아주 적지만 씨앗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생명다양성재단에서 진행한 야생 신탁을 보고 개인이 사유지를 통해 해 보겠다는 움직임도 조금씩 일어나고 있고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시면 될 것 같아요.

 

 

사진: 생명다양성재단.

 

자연에게 기회만 주면 자연은 언제나 응답한다. 무성하게 자란 “야생 신탁” 부지의 여름. 

 

 

리와일딩 선언 혹은 리와일딩 축제

 

신연선: 다양한 사례에서 의미를 찾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작업도 중요하겠어요. 옐로스톤에서 늑대로 생태적 변화가 일어났을 때 많은 연구자들이 사례를 엄청나게 연구하고, 자료를 쌓았던 것처럼 말이에요. 한국에서도 그러한 접근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나요?

 

김산하: 좋은 질문인데요. 지금 당장 서점에 가서 생태 보전에 관련된 책을 찾아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거의 없어요. 사실 한국에 생물을 전공하는 사람이 적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대중의 입장에서 보면 책이 별로 나와 있지 않아요. 예를 들어 지리산 반달곰 복원이 성공적으로 됐지만 그에 대한 책이나 콘텐츠로 다룬 것을 별로 본 적이 없어요. 리와일딩까지 갈 것도 없이 자연을 이야기하는 자체가 이토록 적습니다. 오히려 유해 동물 지정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죠. 저는 활동뿐 아니라 더 알리고, 충분히 회자하고, 무엇보다 축복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가담하고 싶어지고, 그럼으로써 이 문화가 커지니까요.  

 

 

신연선: 축복이라고요! 계속 생각하게 되는 말씀이네요. 뭔가를 축하한다면서 불꽃을 쏘아 올리는 사회니까요. 자연의 회복을 축복하는 일이 많아지려면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할까, 고민됩니다.

 

김산하: 공교롭게도 올해 기후 정의 행진과 여의도 서울 세계 불꽃 축제가 9월 27일, 같은 날이라고 하죠. 불꽃으로 축제를 하는 것은 사실 꽤 옛날 모델입니다. 굉장히 중요한 날이나 엄청난 것을 이룩한 날에 불꽃 축제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매년 정해진 어떤 날에 의례적으로 하는 것이고, 거기에는 중요한 의미도 담겨 있지 않죠. 게다가 불꽃 축제로 인한 생태적 여파가 있고요. 마찬가지로 산을 밀어 버리고 엄청난 개발 사업을 했다고 축하하던 역사도 있는데요. 이제는 그런 방향은 지양하려고 하잖아요. 저희가 ‘동물 축제 반대 축제’라는 행사도 했었거든요. 그러니까 다른 방식의 축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고요. 책의 제목을 리와일딩 ‘선언’이라고 썼지만 리와일딩 ‘축제’라는 말을 써도 무관하리라고 봅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축제도 하고 있고요. 우리도 그런 걸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신연선: 상상력이야말로 큰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작가님이 상상하는 리와일딩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상상까지 해 보시는지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김산하: 가끔 SF 영화 등에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리는데요. 그것을 야생적으로 해석해 봐요. 휘황찬란한 빌딩에 밀림처럼 풍성한 식물이 말도 안 되게 우거져 있고, 인간 문명은 너무나 센스 있는 문명이라 티를 많이 내지 않는 모습은 어떨까요. 우리의 존재감을 굉장히 멋스럽게 갖고 있고, 누릴 건 누리는 동시에 야생 동물이 근접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왔다 갔다 하면서요. 위험한 동물은 그에 필요한 기술로 어느 정도 방비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듯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야생적으로 실현시킨 모형을 여러분 머릿속에 그려본다면, 구체적인 이미지는 달라도 모두 비슷한 게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 정도는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신연선: 리와일딩이 단순히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 인간이 양보하고 희생해야 하는 작업이라는 오해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야생의 땅에서 야생을 만나는 사람은 내 안에서 뭔가가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실제로 종 및 서식지 다양성이 높은 야생의 공간에 있을수록 반성적 사고력, 삶의 의미, 생기, 살아 있음에 대한 자각, 미학적 가치 부여 등의 경험이 증대되고 발전한다고 한다.”(38-39쪽)는 대목도 중요하게 읽혔습니다. 일종의 ‘이기적 차원에서의 필요성’을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아요.

 

김산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역설적인 면이 있습니다. 현재 서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자기 계발서 같은 리와일딩 책이 꽤 나와 있어요. 운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처럼 야생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에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죠. 당연히 이기적 차원에서도 리와일딩을 권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충분히 리와일딩이 된다면, 그리고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다면 지금과 같은 종류의, 경제적인 효과 같은 이유로 리와일딩이 정당화되는 메커니즘이 약해질 거라고 봅니다. 그런 걸 덜 요구할 거라는 이야기예요.

 

좋은 사례가 있는데요. 벨라루스라든지 폴란드와 같은 곳에 스라소니가 돌아와서 생태 관광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대부분은 스라소니를 직접 볼 수 없어요. 워낙 사람을 잘 피하니까요. 그런데 관광객을 인터뷰하니까 90퍼센트 정도는 못 봐도 문제가 없다고 답했어요. 그저 존재감을 충분히 안고 갈 수 있는 것만으로 괜찮다고요. 기존처럼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해야 한다는 모델은 확장하면 할수록 실은 모두 손해를 보는 거예요. 리와일딩으로 인한 감수성이 궁극적으로 이기적 효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요구 자체를 낮추는 역할까지 함으로써 대안적 문명을 건설하는 한 가지 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 생명다양성재단.

 

자연을 보다 야생적으로 되게끔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의 모습도 변화시키는 것, 이것이 리와일딩이 추구하는 목표다. 자연이 인간의 영역을 침투해서 결국 지배하는 형국이 아니라, 자연을 자연답게 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영역이 자연스러워진다. 야생의 귀환을 실현하고 환대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달라져 있으리라. 자유로운 진화의 장이자 힘. 그것이 야생이다. 야생을 향해 목청껏 외쳐 보자. 돌아오라고.

 

 

신연선: 스라소니 너무 멋진 동물이에요. 뭐랄까, 거대하고 멋있게 생긴 고양이 같잖아요.(웃음)

 

김산하: 정말 그렇게 생겼어요. 남성적인 면과 여성적인 면을 모두 가지고 있죠. 관찰이 어려울 정도로 아주 섬세하게 움직이면서도 힘은 세거든요. 일대일로는 늑대에게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말이에요. 포르투갈에 다녀온 이야기를 책에도 썼는데요. 그곳에서는 산불과 스라소니 둘을 고려한 리와일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생태계가 온전할수록 산불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지니까요. 또 스라소니는 인간을 절대 해치지 않아요. 그러면서 포식자 역할은 하거든요. 한국에도 스라소니가 분명히 살았고요. 이 동물이 돌아올 수만 있다면 더 이상 환경부가 엽사에게 돈을 주면서 노루와 고라니를 사냥하는 사업을 안 할 수 있을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야생성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해요. 케이블카, 산악 열차처럼 리와일딩과 반대되는 방향의 사업은 그만하자는 거예요.

 

 

신연선: 기후 정의 행진 이야기도 했는데요. 기후 위기의 맥락에서도 리와일딩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죠. 특히 젊은 세대가 기후 위기에 문제 의식을 많이 갖고 있고요.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잖아요.

 

김산하: 기후 위기의 모든 문제를 리와일딩이 해결해 줄 수는 없겠죠. 기본적으로 문명 자체가 탈탄소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리와일딩의 멋있는 점이 있어요. 지금 많은 분들이 기후 변화 때문에 무력감을 느끼잖아요. 안 해야 하고, 안 사야 하는 것도 많고요. 와중에 나만 안 하고 있고 다른 사람은 다 하고 있고, 좀처럼 해결이 안 되는 느낌이죠. 그런데 리와일딩은 무엇에 ‘대항해서’ 싸우는지만 보여 주지 않고요.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지를 보여주거든요. 안 하는 식의 부정적인 방식뿐만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이 담긴 움직임이니까요. 자연이 제대로 돌아오게 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목표 의식이 있고요. 이처럼 무언가를 하도록 한다는 면에서도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의 시대에는 아주 좋은 방법론이에요. 그런 면에서 젊은 분들에게 리와일딩이 시사하는 바가 더 특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신연선: 『리와일딩 선언』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산하: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다른 나라에서 시도한 사례 위주예요. 예상하건대 많은 분들이 ‘그렇지만 여기는 한국이잖아.’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러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 예외주의라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 예로 벌들을 죽이는 ‘네오니코티노이드’라는 농약이 있어요. 유럽에서는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했죠. 우리나라 산림청에서는 여전히 허용하거든요. 한국 연구가 없기 때문이라면서요. 그러나 생각해 보세요. 유럽에서 벌을 죽이는데 여기에서는 벌을 살리는 약일 수가 없잖아요. 리와일딩은 절대로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시작이 되었어요. 어떻게 보면 다른 나라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조건도 많이 갖추고 있고요. 그러니 관심을 갖고 동참해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리와일딩 선언』, 『습지주의자』, 『비숲』 등으로 쓰고 『활생』, 『무지개를 풀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신연선 

프리랜서 작가. 장편소설 『구름이 겹치면』, 에세이 『하필 책이 좋아서』(공저)를 썼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리와일딩 선언』

 

 

『습지주의자』

 

 

『비숲』

 

 

『제인 구달』

 

 

『창문 너머로』

 

 

『인간의 그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