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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영어로만 대화하면 과연 영어가 늘까요? 『언어의 아이들』 : 조지은 편 ④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아이와 영어로만 대화하면 과연 영어가 늘까요? 『언어의 아이들』 : 조지은 편 ④

Editor! 2019.07.01 10:00

이번 「과학+책+수다」에서는 『언어의 아이들: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언어를 배울까?』의 저자 조지은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언어학을 가르치시는 조지은 교수님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원으로 계시는 송지은 박사님은 언어학자이자 이중 언어 사용자로서, 아이의 언어 습득 과정에 숨은 비밀을 탐구하는 이 책을 함께 쓰셨습니다. 마침 잠시 한국을 방문하신 조지은 교수님과 나눈 이야기들을 4회에 걸쳐 함께 보시겠습니다. (SB: 사이언스북스 편집부)


 

「과학+책+수다」 열한 번째 이야기

아이와 영어로만 대화하면 과연 영어가 늘까요?

『언어의 아이들』 : 조지은 편 ④
 

 

SB : 『언어의 아이들』에서도 쓰셨지만 그냥 영어 CD나 동영상을 틀어 주는 것보다 뭔가 아이와 상호작용 피드백이 있어야지 좋다 하셨는데 부모의 역할이 굉장히 큰 거지요? 만약에 그럴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지은 : 상황이 사람들마다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면 외국어에 노출되는 곳에 가서 가족끼리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또 영어를 그렇게 할 수 있는 부모가 있고, 그렇지 않은 부모가 있고요. 우선 노출이 되는 것 자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저도 아주 어릴 적에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영어 프로그램을 아버지가 들려주셨던 기억이 나요. 제가 기억하는 것은 하나예요. 재미있었다. 말은 이해 못했지만 참 좋았다, 이런 느낌.
그런데 언어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배우거든요. 만약에 영어 프로그램을 계속 봐도 아이들이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양육자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주 유창하게 말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고 말을 할 수 있는 대화 파트너가 되어 주는 정도로요. 아이들이 봤거나 들었던 영어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대화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SB : 교사나 부모가 영어에 서툴러도 대화가 될까요?
 
조지은 : 어른들이 아이에게 영어로만 말을 해야 될 필요도 없어요. 영어로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내가 아이와 영어로만 말을 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은 굉장히 큰 사회 문제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이중 언어를 많이 쓰는 외국에서 아이들은 금방 그 언어를 배워요. 그런데 모국어를 잃어버려요. 그러면 부모와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은 “엄마가 이해를 못해.” 이렇게 말하고 엄마는 정말 이해를 못하는 거예요. 엄마와 아이가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어휘력을 갖춘 한 가지 언어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어를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보니까 영어가 자리 잡게 하기 위해서 모든 걸 영어로 한대요. 혹은 “내가 못하는데 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이렇게 자기 영어에 대해서 고민하고요.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제가 볼 때 가장 좋은 영어 교육 방법은 영어와 한국어를 적절하게 섞어서 가르쳐주는 방법이에요. 한 언어만 전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높아요.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이랑 살고 있는데 어떻게 영어로만 모든 걸 말 할 수 있어요? 단순하고 간단한 대화밖에 할 수 없고 깊이 있는 대화를 못하다 보면 아이들이 영어가 느는 게 아니라 표현력이 떨어져요. 대화가 너무 그냥 얕아요. 

그래서 차라리 깊이 있는 대화는 한국말로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이나 유익한 내용이 영어로 된 프로그램이 있을 때는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편이 좋아요. 프로그램을 보고 듣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소리에 먼저 뜨이니까. 그렇지만 그다음에 상상의 나래를 펼, 언어의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는 건 어휘력이거든요. 그건 책을 통해서 배워 나가요. 사실 제 딸이 저보다 영어 단어를 훨씬 많이 알아요. 제 딸이 알고 있는 단어들 대부분이 일곱 살 이후부터는 저나 남편이나 선생님이 가르쳐줘서 아는 단어가 아니고 책 속에 있는 단어들이거든요. 이 단어들은 자기 스스로 읽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문법만 있으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기본적인 문법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만 되면 책을 읽을 수 있게 해 준 다음부터는 아이들 몫이에요. 어휘력이 자라나는 부분에서는 부모가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게다가 제가 알고 있는 단어들, 제 딸이 알고 있는 단어들도 서로 다르고요. 제가 아이의 책을 읽지 않으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중요한 것은 저도 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서 서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가 있다는 거예요. 심도 깊고 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한국어 단어들을 공유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영어만 가르치고 그 부분을 놓치면 문제가 될 거예요. 깊이 있는 어휘력이나 표현력은 책으로 드러나는 거지, 대화를 통해서 드러나지 않죠. 토플 단어를 막 사용해서 말한다고 아이 머릿속에 그 단어가 쏙 들어가지 않아요. 그런 단어들은 다 책으로 배우는 거거든요. 단어 수업을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책을 마련해 주고 책 읽는 습관을 익혀 주는 게 필요해요. 

SB : 네 알겠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하셨지만 역시 언어를 배우는 데는 자신감과 재미가 중요하네요! 다시 케임브리지까지 멀리 가셔야 하는데 오늘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과학+책+수다: 조지은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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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아이들』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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