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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경제는 부스러기 경제일 뿐: 작은 노동자를 더 작은 노동자로 만드는 플랫폼 혁명의 그림자 본문

완결된 연재/(完)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

공유 경제는 부스러기 경제일 뿐: 작은 노동자를 더 작은 노동자로 만드는 플랫폼 혁명의 그림자

Editor! 2019. 7. 29. 16:00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라는 말에 호감을 느낀 이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잔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유’라니, 달콤한 울림이 있잖아요. 공유 경제는 금융 위기 이후 10년간 세계 경제의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2019년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뉴욕 증시 상장은 공유 경제의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 줄 절정의 쇼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버는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에서 8퍼센트씩 빠지며 추락했고, 에어비앤비는 시장 눈치 보며 상장을 미루고 있죠. 동시에 공유 경제의 커지는 그림자에 언론과 시민 들이 비판적 시선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카풀과 타타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며 공유 경제의 그림자에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죠. 공유 경제 어떻게 봐야 할까요?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가 그 길을 제시합니다.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

공유 경제는 부스러기 경제일 뿐:

작은 노동자를 더 작은 노동자로 만드는 플랫폼 혁명의 그림자

 

 

2019년 5월 10일 뉴욕 증권 거래소에 우버가 상장되었다. 미국 뉴욕 시 로어 맨해튼에 있는 뉴욕 증권 거래소 건물에 그것을 알리는 가림막이 내걸렸다.

30대 중반의 그녀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자동차 청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드라이버로 돈을 버는 일은 그녀의 중요한 생계 수단이다. 새벽 4시 30분에 집을 떠난 그녀는 공항이나 시내까지 두 차례 오가며 벌이를 시작한다. 일찍 공항이나 사무실로 가는 비즈니스맨은 그너의 중요한 승객이다.

약간 노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오자마자 어젯밤에 손질해 둔 찬거리를 들고서 다른 집으로 향한다. 그 집에서 네 시간 동안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 예약을 받아둔 터다. 마음이 급하다. 운이 좋게도 오후에는 근처 아파트의 인테리어 공사를 돕는 일도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 얼른 요리와 청소를 마무리하고 인테리어 공사가 예정된 집으로 이동해야 한다.

인테리어 공사를 마무리하고 나서는 다시 퇴근길의 승객을 한두 번 더 태운다. 그러고 나서 잠깐 마트에 들른다. 요리와 청소 서비스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날 정리해 둔 쿠폰을 이용해서 최대한 싸게 식재료를 구입하고 나서 미리 손질해 둔다. 스마트폰 알람은 항상 ‘온’ 상태. 차량 공유 서비스 호출이 언제 올 줄 모르기 때문이다.

시간은 벌써 자정 근처. 하지만 아직 잠들 때가 아니다. 몸이 많이 피곤하지만, 그녀는 심호흡을 하고서 다시 집을 나선다. 자정이 넘을 때까지 술을 마신 취객은 좋은 고객이기 때문이다. 시급 2만 5000원. 하루 여덟 시간 주 5일로 계산하면 월급 400만 원. 오늘은 비교적 성과가 괜찮았다. ‘내일도 행운이 함께하기를!’

 


공유 경제의 ‘작은 노동자’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녀가 생각난다. 몇 년 전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소개한 미국 보스턴 근처에 사는 30대 중반 여성이다. 앞에서 소개한 이야기는 그녀의 하루를 약간 각색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그녀를 놓고서 “작은 기업가(micro-entrepreneurs)”가 아니라 “작은 노동자(micro-earners)”라고 정확하게 부른다. (기사 원문)

한국에서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으로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이른바 ‘공유 경제’ 서비스에 관심이 높다. 한쪽에서는 한국의 ‘우버’ 같은 성공을 꿈꾸면서 온갖 서비스를 사고파는 수많은 앱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가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규제 때문에 발이 묶여 있다고 투덜거리는 목소리도 높다.

다른 쪽에서는 택시 업계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이해 당사자도 있다.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도입되었을 때, 외국의 택시 업계가 어떻게 타격을 받았는지를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꾸려온 처지에서는 밥그릇을 엎을 수도 있는 이런 서비스가 반가울 리가 없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앞서 공유 경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외국의 사정은 어떨까. 일단 전 세계 공유 경제 10년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국내 택시 서비스의 오래된 여러 문제 때문에 두드러지지 않아서 그렇지 우버 같은 차량 공유 플랫폼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2009년 3월 창업한 우버가 내세웠던 차량 공유의 비전은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우버가 도입된 도시의 교통 체증이나 시민의 차량 보유 대수는 오히려 늘었다. 예외 없이 택시 업계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로 읊어지는 ‘에어비앤비’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주택 소유주가 ‘에어비앤비’로 단기 숙박 서비스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해당 도시 주민은 고통을 겪고 있다. 장기 임대 공급이 줄자 임대료가 치솟고, 올라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주민은 외곽으로 밀려났다. 미국 100개 도시에서 에어비앤비 등록 주소지가 1퍼센트 늘면, 임대료는 0.018퍼센트, 주택 가격은 0.026퍼센트 올랐다는 씁쓸한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2017년 기준)

2019년 5월. 서울 거리의 택시.



공유 경제의 맨 얼굴

 

돌이켜보면, 공유 경제 유행 속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이 빠졌다. 플랫폼, 공유 경제, 4차 산업 혁명 같은 그럴듯한 신조어처럼, 정말로 공유 경제가 예고하는 일자리의 미래는 아름다울까?

노동을 사고파는 사람을 연결하는 효율적인 ‘플랫폼’을 만들어 놓았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기사, 요리사, 청소부, 심부름꾼 등 온갖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과 그런 노동을 기꺼이 제공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을 연결하는 일뿐이지 않은가. 거간꾼(플랫폼)이 중간에서 약간의(?) 수수료를 챙기며 돈도 벌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 글머리에 언급한 시급 2만 5000원을 목표로 하루 종일 발을 동동 구르며 뛰는 그녀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보자. 그녀가 30대 중반에 저런 노동으로 밥벌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온전히 자신의 의지였을까? 아니다. 여러 사정이 있었을 테다.

전문직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여성이 출산이나 육아 같은 사정으로 경력 단절 후에 노동 시장에서 질 좋은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굳이 복잡한 통계를 들이대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보스턴의 그녀 역시 출산과 육아의 경력 단절이 문제였다.

비슷하게 몸을 파는 보통 사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하루 여덟 시간 주 5일을 일하고 나서 월급 400만 원을 보장하는 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일이 가능하다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자정이 넘을 때까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돈벌이를 해야 하는 저렇게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선뜻 선택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렇게 따져 보면, 공유 경제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다. 알다시피, 비교적 괜찮은 대가와 복지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얻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노동 시장에서 20대는 그런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운 좋게 그런 일자리를 얻었다가도 잠깐 궤도에서 벗어나면 재진입이 불가능하다. 운 좋게 그런 일자리로 생계를 꾸렸던 50대 이상은 퇴출을 걱정해야 한다.

공유 경제는 바로 이렇게 노동 시장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의 노동력을 시간 단위로 쪼개서 헐값에 부리는 일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히가 공유 경제의 진짜 이름이 “부스러기를 나눠 갖는 경제(share-the-scraps economy)”라고 꼬집은 것도 이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런 노동을 통해서 그들이 얻는 대가가 고작 “부스러기”에 불과하니까.

공유 경제의 진짜 이름은 ‘부스러기를 나눠 갖는 경제’일지도 모른다. 

 


공유 경제 과학 기술의 욕망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이 또 있다. 그렇게 부스러기를 나눠 주는 일에 기꺼이 동참하는 대다수는 (현재)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이다. 이들은 그 일자리를 잃지 않고자, 즉 노동 시장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고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한 시간도 허투루 쓰면 안 되는 처지니 가사 노동 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은 골칫거리다.

그 결과로 요리, 청소, 육아 같은 노동은 쪼개져서 노동 시장 바깥에서 스마트폰을 켜놓고 대기 중이던 ‘작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물론, 자신의 괜찮은 일자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마음에 덥석 내놓은 대가 가운데 상당액은 정작 노동의 당사자(작은 노동자)가 아니라 거간꾼(플랫폼)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된다.

당대의 과학 기술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때로는 공동체의 안녕을 해치고, 더 나아가 개인의 행복까지 좀먹는 추악한 욕망이 과학 기술로 변신해서 삶을 좌지우지한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공유 경제 안에는 과연 어떤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을까? 글머리의 30대 여성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돈을 많이 벌었어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강양구

프리랜서 지식 큐레이터.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부안 사태, 경부 고속 철도 천성산 터널 갈등, 대한 적십자사 혈액 비리,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특히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언론상, 녹색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코리아메디케어의 콘텐츠 본부장(부사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팩트 체크 미디어 《뉴스톱》의 팩트체커로 활동하면서, 지식 큐레이터로서 「YG와 JYP의 책걸상」을 진행하고 교통방송 「색다른 시선, 이숙이입니다」, SBS 라디오 「정치쇼」 등에서 과학 뉴스를 소개하고 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1, 2권),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과학 수다』(공저), 『밥상 혁명』(공저), 『침묵과 열광』(공저), 『정치의 몰락』(공저),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공저),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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