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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을 구하는 사진: 『포토 아크』 조엘 사토리 편 ①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우리 자신을 구하는 사진: 『포토 아크』 조엘 사토리 편 ①

Editor! 2019. 10. 7. 17:40

이번 「과학+책+수다」에서는 『포토 아크: 사진으로 엮은 생명의 방주(Photo Ark)』의 저자이자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전속 사진가 조엘 사토리와 진행한 인터뷰를 여러분께 들려드립니다. ‘포토 아크’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포획되어 있는 멸종 위기 종 1만 2000여 종을 모두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조엘 사토리는 이 프로젝트를 이끌며 멸종 위기 종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두 편으로 연재되는 이번 인터뷰의 첫 번째 편에서는 그가 사진을 찍고 책으로 엮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SB: 사이언스북스 편집부)


「과학+책+수다」 열세 번째 이야기

 

우리 자신을 구하는 사진

『포토 아크』 조엘 사토리 편 ①

 

 

ⓒ Cole Sartore

SB: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인터뷰는 지난 9월 선생님의 사진집 『포토 아크』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마련되었는데요. 사실 『포토 아크』가 출간되기 전에도 선생님의 사진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 8월까지 서울 경향 아트힐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 특별전 포토 아크: 동물들을 위한 방주」 전시가 치러지면서 많은 분께서 선생님의 사진들을 만나 보실 수 있었거든요. 자연 세계의 아름다움과 다양함을 느끼고, 이를 지켜야 할 인간의 책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시장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는 책이라는 매체에 이 사진들을 엮으면서는 이야기를 가미하셨더라고요. 특히 책의 구조상 왼편과 오른편의 이미지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생겨나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비슷한 형태를 띠는 동물들도 있었지요. 혹은 육상에서 가장 빠른 동물과 느린 동물처럼, 정반대의 특성을 지닌 동물들을 나란히 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미국에서 책을 출간한 2017년까지는 6,000여 종의 사진을 찍으신 것으로 압니다. (2019년 10월 현재는 9,764종까지 촬영하셨지요? 1만 번째 동물의 사진을 볼 날도 머지않은 듯하네요.) 이렇게 많은 사진 중에서 책에 실을 것들을 선정하고 배치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과정이 궁금합니다.

 

『포토 아크』, 112-113쪽.

“닮은꼴을 통해 우리는 모든 동물의 마음과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다.”
―『포토 아크』 37쪽에서

조엘 사토리: 『포토 아크』에 실린 사진들은 멀리사 패리스(Melissa Farris)가 배열한 것입니다. 패리스는 가장 뛰어난 현역 책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에요. 마치 좋은 음악이 영화의 수준을 높이는 것처럼, 사진을 선정하고 짝지은 그녀의 작업은 책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대단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SB: 특히 다른 종인데도 유사한 형태로 진화해 온 동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점이 저는 좋았거든요. 이런 유사성은 서로 다른 우리가 실은 자연 세계의 일원으로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줬어요.

 

『포토 아크』, 280-281쪽.

『포토 아크』는 멀리사 패리스 외에도 여러 사람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졌죠? 아들 콜 사토리(Cole Sartore)와도 함께 ‘포토 아크’ 촬영을 다니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들과 함께 일하면서 겪으신 일화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조엘 사토리: 제 아들 콜은 저로서는 내키지 않거나 못 하는 일들을 맡아서 합니다. (웃음) 예를 들어 싱가포르 동물원에서는 콜이 조명을 조작하느라 대형 영장류 우리의 천장에 있어야 했죠. 체코에서는 며칠 밤을 저와 함께 코뿔소 헛간에서 지내야 했는데, 베를린 동물원에서는 동물원에서 우리가 머물던 방 바로 바깥에서 홍학 무리가 소란스럽게 구는 바람에 못 자기도 했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새끼 재규어에게 젖병을 물려야 했지만, 그래서 재미있을 때도 있죠. 덧붙이자면 콜 또한 모험심이 강하기 때문에 여행을 통해 얻는 새로운 경험을 좋아합니다. 여러 나라를 다니며 먹게 되는 음식들도 항상 흥미롭고요.

 

SB: 마침 촬영 당시의 일화들이 나왔으니까 촬영에 대해서도 여쭐까요? 사진 중에는 왼편과 오른편의 동물이 공통된 행동을 보여 주는 것도 있었습니다. 또 동물의 순간적인 행동을 포착해 더욱 특별해진 사진도 있고요. 다리를 들고 있는 개구리 사진이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원숭이 사진처럼요.

 

『포토 아크』, 260-261쪽.

이런 행동은 동물들이 알아서 한 것이겠지요? “자세를 취해 주세요.” 하고 동물들에게 부탁할 수는 없으니까요. 추측이기는 하지만 피사체가 동물이다 보니 현장에서 예상치 못하게, 즉흥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꼭 이런 사진을 찍어야겠다.’ 하고 촬영에 임하시는 편인가요? 사전에 어느 정도로 밑그림을 고민하시는지, 그 외에도 촬영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 있으신지 궁금해요.

 

조엘 사토리: 저는 촬영 전에 밑그림을 아주 간단하게 잡아요. ‘빨리 끝내라, 동물의 눈에 초점을 맞추라.’ 이게 제 밑그림이에요. 촬영할 때 동물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가능한 한 빠르게 사진을 찍으려 합니다. 촬영하는 동안 뭔가 흥미로운 일이 생긴다면 그걸 사진으로 담을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그런 일은 사실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는 않아요. 우리는 현재 시점의 생물 다양성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제때 엮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죠.

 

『포토 아크』, 386-387쪽

“촬영 내내 나는 이 오랑우탄이 저 시선 너머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포토 아크』 386~387쪽에서.

SB: 눈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씀이 와 닿네요. 촬영 공간이나 사진가의 형상이 비칠 정도로 눈이 또렷하게 나온 사진들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나비나 딱정벌레 같은 곤충을 피사체로 사진을 촬영하실 때는 특히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조엘 사토리: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촬영하는 동물들 중에서 극히 일부만이 훈련을 받거나 인간에게 길들여져 있습니다. 곤충도 다른 동물들과 다를 게 없죠. 작은 동물들은 천으로 된 텐트 안에 담아서 촬영합니다. 큰 동물은 동물원이나 수족관의 비(非)전시 공간에 하얀색이나 검은색 배경을 둘러서 그 안에서 촬영해요. 웬만하면 동물들이 카메라를 보고 있을 때 촬영하려 하고 대부분은 성공하지만, 늘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포토 아크』, 296-297쪽.

SB: 몇몇 사진에는 텍스트를 담으셨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동물들의 감정을 들려준다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게다가 어떤 것은 선생님의 해석이 가미되어서 사진 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카메라 울렁증을 보이는” 쥐처럼요. 특별히 동물들의 감정을 텍스트로 나타내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일까요?

 

조엘 사토리: 그건 많은 동물들이 인간과 유사하게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감정이 바로 얼굴에 드러나는 개들을 봐도 알 수 있죠. 영장류들도 똑같습니다. 인간도 영장류이긴 하죠. 그러니 만일 다른 동물들, 특히나 포유동물들에게 느낌이나 생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틀린 것입니다. 많은 새들 또한 감정을 느끼죠.

 

인간이 동물계와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동물계보다 우위에 있다고 많은 사람이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그건 아주 편협한 생각이죠. 자연에 좋은 것은 인간에게도 좋습니다. 곡식을 얻기 위해서는 비가 내려야 합니다. 과일과 채소를 얻기 위해서는 식물을 수분시키는 곤충이 있어야 하고요. 우리가 자연을 구한다면 그것은 실은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입니다.

 

『포토 아크』, 40-41쪽.

 

“내가 촬영한 동물들은 호전적이거나 고분고분하고, 조심성이 많거나 과시적이고, 우둔하거나 장난기가 넘친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은 꼭 우리와 같다.”
―『포토 아크』 317쪽에서.

 

『포토 아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