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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에서 『요가의 과학』까지: 과학자의 요가 배우기 2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요가』에서 『요가의 과학』까지: 과학자의 요가 배우기 2

Editor! 2021. 1. 8. 14:40

홀로 또는 같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은 요즘 특히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요가의 과학』의 번역자 권기호 선생님의 아이들도 바깥에서 뛰놀던 기억이 그리운 만큼이나 기꺼이 책속으로 여행을 떠날 채비가 되어 있었다고 하네요. 미술을 전공하고 요가 치료 석사 학위를 받은 저자 앤 스완슨 선생님, 수의사 겸 전직 사이언스북스 편집장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번역자 권기호 선생님의 만남이 어떻게 흥미진진한 요가 가이드로 이어지는지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요가 책 속으로

 

번역은 시작됐고 예상대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원서 검토와 번역과 편집은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너무나 다르다. 검토는 대개 원서의 고유한 내용과 구성, 번역할 경우의 장점과 단점 등을 점검하는 수준이다. 번역은 원저자와 우리나라 독자 사이에서, 오해가 생기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급적 이해하기 쉽게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부단한 과정이다. 편집은 번역보다 더 독자 쪽으로 기운 관점에서 책의 모든 요소를 조율한다. 요가의 과학은 의학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분야가 요가이다 보니 아무래도 편집자의 입장, 즉 독자의 시선을 많이 의식할 수밖에 없다. 문장을 읽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면 실용적인 자세나 동작을 취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평이하고 명료하게 표현해야 했다.

 

 

『 요가의 과학 』 (사진© ㈜사이언스북스)   

 

그러다 보니 특히 해부학 용어를 원서보다 더 친절하게 옮길 필요가 있었다. 처음에는 의학용어집(6)에 실린 한글화된 용어로만 옮기려고 했는데, 실제 요가 강의 현장에서 여전히 기존 한자어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 한자어 용어를 병기하기로 했다. 그것도 모든 페이지에서 같은 용어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해서 병기하기로 했다. 독자가 순서 없이 어느 페이지를 펼쳐 보든 상관없는 책이므로 그런 작업이 필요해 보였다. 이런 종류의 책치고는 판형이 작은 편이라 영어와 라틴어를 표기할 공간이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이것은 일반 독자보다 전문가나 강사를 위한 옵션이므로, 차후에 기회가 닿으면 부록으로 목록을 제공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요가 관련 용어는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 용례와 시중의 여러 요가 책을 참고해서 표기했는데, 현지 발음을 아는 전문가나 특정 표기에 익숙한 독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다소간의 고민을 했다.

 

소비자가 제품 생산 과정의 모든 이면을 알 필요는 없으니 각설하고, 번역을 마쳐 이제 내 자식 같아진 요가의 과학의 잘난 점 몇 가지를 팔푼이처럼 늘어놓아 볼까 한다.

 

우선, 저자는 제목처럼 요가의 과학을 말한다. 흔히 요가는 위험할 수도 있는 동작을 취하며 명상을 하는 행위 정도로 인식되기도 해서 과연 거기에 무슨 의학적, 과학적 원리와 효과가 있을지 의심받곤 한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의 딸이기도 한 저자는 바로 이 의문에서 출발해 요가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대학교에서 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요가 치료 교육을 받고 동양 곳곳의 요가 스승들을 찾아가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래서 저자는 의학이나 과학이 아닌 내용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아직 규명되지 않거나 모호한 부분들은 그러하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대중 과학서 원서를 읽다 보면 불확실성이나 가능성을 나타내는 may, might, can, could 같은 조동사가 적을수록 과학이 아니라 비과학적 아전인수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런 책이 잘 팔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중은 대체로 확실한 것을 원한다

 

 

『 요가의 과학 』 (사진© ㈜사이언스북스)   
『 요가의 과학 』 (사진© ㈜사이언스북스)   

 

그리고 저자는 대학교에서 요가 치료 교육을 받기 전에 이미 다른 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여 인체에 대한 시각적 감각과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 덕분에 저자는 요가를 할 때 어떤 뼈와 어떤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고 작용하는지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이 책을 집필하는 데 유리한 고지에 있었다. 영국 출판사 DK는 이런 백과사전류의 책을 만드는 데 있어 세계 최고의 역량을 지니고 있으니, 저자와 DK의 만남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고, 이 훌륭한 책의 탄생은 필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자식 자랑하는 팔푼이의 찬사가 아니다.)

 

또한 저자는 사고가 부드럽고 합리적이라서, 요가 자세나 동작을 완벽하게 취해야 효과가 있다고 강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요가 자세나 동작을 취하는 사람 각각의 건강과 상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끈이나 쿠션, 의자 같은 보조물을 마음껏 이용하라고 권하면서 그 방법까지 설명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본 자세를 취하기 어렵거나 다른 유사 자세가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응용 자세까지 소개하여 독자가 자세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자세를 찾아갈 수 있게 돕는다. 말하자면 인도의 요가가 서구로 전해져 정착하면서 현지인들에게 맞게 유연하게 변형되고 정리된 과정과 유사하다고 할까.

 

 

지금은 요가가 필요한 시대

 

번역을 마치고 나서 편집자로부터 받은 교정지를 집에서 보던 중에 작은아이가 다가와 시선을 가로챘다. 이게 뭐냐고 묻기에 간단히 설명하고 원서를 보여 주었더니 한참 뒤적거리다가 냉큼 들고 달아나 버렸다. 잠시 후 방에서 거실을 내다보니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책을 펴놓고 요가 자세를 따라하고 있었다. 거의 한 시간가량 둘이서 이런저런 자세를 취하며 웃음소리, 곡소리, 비명, 수다를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땀땀 뻘뻘 흘리면서 내일 아침부터 요가를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요가는 우리 집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일단 둘은 아침 6 20분쯤 알람에 맞춰 일어나 고요한 음악을 배경으로 40~60분간 요가와 명상을 했다. 작심삼일이겠거니 했는데 한 달 넘게 이어졌고, 그 뒤로도 드문드문 하다가 번역서가 출간되자 다시 열심히 했다.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니, 늦게 자는 일과에 익숙한 부모는 힘들 수밖에 없었지만 반가운 일이었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요가를 가장 열심히 한 첫 달에 둘 모두 키가 다른 달보다 더 많이 자랐다. 코로나19 때문에 밖에서 친구들과 놀 수 없고 일부러 운동하러 나가기는 귀찮아 일 년 내내 거의 실내에서만 생활해 온 아이들에게 요가는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었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75년이 지나도록 내내 인류는 3차 세계 대전이 벌어질까 봐 전전긍긍해 왔는데, 공멸의 핵단추를 누를 만용과 비이성을 억제하는 사이 세계 대전에 버금가는 비극을 일으킨 공동의 적이 나타났다. 지구상 가장 강한 존재인 인간을 가장 작은 존재인 바이러스가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혹자는 대자연 지구가 생물간 균형을 맞추려 한다고 말하고, 혹자는 인간이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해 초래한 자업자득이라고 하고, 혹자는 절대자의 심판이 시작되었다고 하고, 혹자는 특정 집단이 계획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고, 혹자는 그냥 우연히 발생한 유행병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상이 무엇이든 우리는 신체의 자유로운 물리적 이동과 직접 접촉이 역사상 가장 극대화된 시대에 황급히 그것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모든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마어마하게 크고 다양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다. 이것은 바이러스로 인한 직접적인 병증 못지않게 인간의 생명과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요가는 심신의 건강과 평화를 되찾고 유지하는 데 유능한 도우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요가의 과학이 거기에 일조할 수 있는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지침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옮긴이 권기호

서울 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주)사이언스북스의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도서 출판 공존에서 좋은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포토 아크, 새』, 『포토 아크』, 『생명의 편지』,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인체 완전판』(공역), 『현대 과학의 여섯 가지 쟁점』(공역) 등을 번역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요가의 과학』

 

 

『달리기의 과학』 

 

 

『인체 완전판』

 

 

『인체 원리』

 

 

『심리 원리』

 

 

『음식 원리』

 

 

『에피소드 의학사』

 

 

『백년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