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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이언스-오픈-북

『물리의 정석』과 함께한 나의 물리학 여행 이야기

Editor! 2022. 3. 31. 11:07

2022년 3월 사이언스북스 신간으로 출간된, 레너드 서스킨드의 2000만 뷰 유튜브 명강을 엮은 「물리의 정석」 시리즈 세 번째 책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 편! 이제 '끈 이론의 아버지'이자 '스티븐 호킹을 이긴 물리학자'에게 상대성 이론을 배울 기회가 우리 앞에 주어졌습니다. 이 물리학 여행의 여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 끝에서 얼마나 큰 성취가 기다리고 있을지 먼저 그 길을 걸었던 이에게 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최근 근 10년간 과학책 읽는 재미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해 오신 최준석 주간조선 선임기자님이 『물리의 정석』 시리즈로 공부했던 자신의 경험을 직접 담아 보내 주신 리뷰 원고 한 편을 소개합니다.


 

 

그동안 해 왔던 레너드 서스킨드(Leonard Susskind)의 물리의 정석: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 편 공부가 이제 11강에 접어들고 있다. 11강이 마지막 단원이다. 진도가 너무 빠르지 않냐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텐데, 사실 내가 지금까지 본 책은 영문판이다.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아 갈증이 난 나는 영어 원서를 사서 공부해 왔다. 이제야 한국어판이 나온다니 ‘좀 빨리 내주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만세다. 사이언스북스가 책을 내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문과를 선택했고, 고교 졸업 이후에는 수학과 물리를 가까이 접할 일이 없이 살아왔다. 오래도록 수학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때로는 ‘고등학교에서 미적분을 왜 그렇게 힘들게 배워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나이 50 초반에 우연한 계기로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재밌어서 그 길로 죽 과학책을 읽었고, 이런 재미를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는 마음에 과학책 읽은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그리고 과학자를 만나 취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작업물이 『최준석의 물리 열전』이라는 책으로 곧 나올 예정이다.

 

과학책을 읽으면서, 수식으로 물리를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일찍이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연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 앞에서 끙끙 앓던 중 서스킨드의 책 물리의 정석이 한국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도 반가웠다. 서스킨드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끈 이론 학자이고, 저서인 블랙홀 전쟁, 우주의 풍경을 읽었기에 물리학계에서 그가 갖는 명성에 관해 익히 알고 있었다. 물리의 정석시리즈는 이번을 포함해 모두 세 권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첫 번째 책이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이고, 뒤이어 나온 책이 물리의 정석: 양자 역학 편이다.

 

 

 

고전 역학 편이 나온 게 몇 년도였나 싶어 갖고 있는 책을 펼쳐 보니, 2017년 8월이다. 나는 1판 1쇄를 갖고 있다. 책이 나왔을 때쯤 나는 서울 강남구의 경부고속도로 초입 인근에 있는 사이언스북스 회사 건물로 특강을 들으러 달려갔다. 당시 사이언스북스가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홍보 행사를 열었다. 책을 갖고 하는 유료 강의를 앞둔 설명회였고, 몇백 명이 몰렸다. 물리학 공부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 이렇게 많았음에 놀랐다. 대부분 참석자는 30대 이상 늦깎이 물리학도였다. 나도 그 속에 끼어 번역자인 이종필 건국 대학교 교수와 K 박사의 말을 들었다. 두 사람이 각기 진행하는 유료 강의가 이후 몇 달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안다. 나는 당시 강의는 듣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쯤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물리의 정석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다. 계기는 내가 참여하고 있는 ‘수학 지옥’에서 이 책을 읽기로 했기 때문이다. 수학 지옥은 40대 이상 연배인 사람들이 월 1회 모여 교양 수학책을 읽는 수학 공부 모임이다. 혼자 보기 어려운 수학책이라도 길동무가 있으면 읽어낼 수 있다는 취지다. 물리의 정석읽기는 수학 지옥 회원의 공부를 도와주는 이승목 쌤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고전 역학 편으로 시작했는데, 양자 역학 편까지 읽었다. 매월 한두 단원을 읽어 나갔고, 두 권을 읽는 데 1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너무나도 좋은 경험이어서, 아직 한국어로 번역이 안 되었지만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 편 영문판 원서를 읽기 시작했다. 이렇게 책을 읽은 경험에는 개인적으로 대만족하고 있다. 공부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스킨드의 설명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일반인인 내게 필요한 부분을 딱딱 골라서 잘 먹여 준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새로 나온 물리의 정석: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 편의 설명도 특별하다. 제목대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1905년에 내놓은 특수 상대성 이론(theory of special relativity)과, 그에 앞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 수학적으로 완성한 전자기 이론을 담고 있다. 시기적으로 보면 19세기 중반에 전자기 이론을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이 먼저 나왔고, 특수 상대성 이론은 그 뒤인 1905년에 나왔다. 그런데 이 책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먼저 설명하고 그 뒤에 맥스웰 방정식을 얘기한다. 순서가 왜 이런지 궁금했다.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일단 서스킨드가 말하는 대로 따라가 보자 하는 생각으로 읽어나갔다.

 

책 속의 특수 상대성 이론 공부는 1강에서 3강까지다. 일찍이 교양 과학책 속의 특수 상대성 이론 부분을 읽으면서 시간 단축, 길이 단축, 쌍둥이 역설과 같은 현상이 있다는 것을 접했다. 광속에 가깝게 달리는 우주선에 탄 사람에게는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얘기는 놀라웠다. 서스킨드는 이걸 수학으로 보여 준다. 서로에 대해 일정한 속도로 광속에 가깝게, 즉 상대론적 속도로 움직이는 A와 B가 있다고 하자. A와 B는 각기 상대방의 시공간 좌표를 어떻게 보는지를 그는 ‘로런츠 변환식’을 통해 보여 준다.

 

고전 장론(classical field theory)은 책의 4강부터 나온다. 고전 장론이란 말이 처음에 내겐 낯설었다. 알고 보니, 고전 장론은 장과 물질의 상호 작용을 기술하는 물리 이론을 말하며,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만유인력 법칙과 전자기학이 이에 속한다. 이 책은 두 가지 고전 장론 중 전자기학을 말한다.

 
 
 

 

그리고 서스킨드는 책 8강에서, 이 책의 체계가 왜 이렇게 ‘전통적인 길’에서 벗어났는지를, 즉 전자기학이 발견된 역사적 순서대로 얘기하지 않고, 왜 특수 상대성 이론부터 강의를 시작했는지를 직접 설명한다. 8.2절 ‘맥스웰 방정식의 도입’ 대목에 그의 설명이 나와 있다. 옮겨 본다.

 

“전기 동역학을 가르치는 나의 철학은 다소 변칙적이라 설명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과정은 역사적인 관점을 취해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발견된 일단의 법칙 집합으로 시작한다. 아마도 여러분은 그 법칙들을 들어 봤을 것이다. 쿨롱 법칙, 앙페르 법칙, 그리고 패러데이 법칙이 그것이다. 교사는 가끔 이 법칙들을 미적분 없이 가르치는데, 내 생각에는 심각한 잘못이다. ……(중략)…… 내 나름의 교수법은 과감하게 처음부터 맥스웰 방정식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심지어 학부생들도) 각각의 방정식을 붙잡고 그 의미를 분석하며 그런 방식으로 쿨롱 법칙, 앙페르 법칙, 패러데이 법칙을 유도한다. 이는 맥스웰 방정식을 배우는 '찬물 샤워' 스타일의 방법이지만, 학생들은 역사적인 방식으로 배울 때 수개월이 걸렸을 내용을 1~2주 안에 이해한다.”

 

물리학과와 공대 학생을 위한 전자기학 교과서와 비교해 보니, 서스킨드 책의 서술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가령 대학생이 많이 보는 데이비드 그리피스(David Griffiths)의 기초전자기학(Introduction To Electrodynamics)에서는 상대론적 전기 동역학이라는 내용이 책 맨 마지막에 나온다. 그리피스는 전자기학을 역사 순서에 따라 기술한 뒤에, 상대론에 따라 전자기학을 기술하면 이렇게 된다는 사실을 강의 마지막에서 가르쳐 준다. 반면에 서스킨드는 특수 상대성 이론을 앞에서 가르친 뒤에, 그걸 배웠으니 전자기 이론도 바로 상대론적 전기 동역학까지를 강의한다.

 

책은 때로 쉽지 않다. 이른바 ‘깔딱 고개’가 몇 군데 있다. 그런데도 수학 지옥 회원 대부분은 책을 읽어냈다. 읽고 또 읽으니 이해 못 할 것도 없었다. 일부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또 어떠냐는 생각도 든다. 내가 물리학 강의를 할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전자기학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특수 상대성 이론과 전자기학이 수학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 e = m c^2 $는 어떻게 유도되었고, 맥스웰이 전자기 이론을 구성하다가 광속을 어떻게 발견했는지를 수학으로 맛보았다. 그러면 된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걸 어디에서 구경할 수 있었을까. 이번 생에는 그런 세계를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책을 읽었다고 내가 ‘고전 역학’과 ‘양자 역학’, 그리고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의 전문가 수준에 도달한 건 아니다. 그런데도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한다. 그 세계를 상당히 구경했다고 본다.

 

이제 다음 책을 또 기대한다. 서스킨드의 다음 주제는 일반 상대성 이론(theory of general relativity)으로 알고 있다. 영문판도 나오지 않았는데 내가 벌써 의욕을 불태우는 까닭은, 서스킨드의 책이 좋아서다. 같이 읽을 길동무를 찾아서 물리의 정석 시리즈를 읽기를 권한다. 내가 구경한 세계를 많은 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다.

 

그리고 사이언스북스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인터넷에 ‘물리의 정석’ 페이지를 만들면 어떨까? 이 시리즈를 읽는 사람이 책 내용에 관해 서로 묻고 답하는 공간이 그곳에 있으면 좋겠다. 이 훌륭한 책을 더 많은 보통 사람이 접할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고 믿으며 이만 마친다.

 


 

최준석

뒤늦게 과학책에 빠져 8년 이상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문과 출신의 중견 언론인. 과학책을 읽느라 어떻게 하루가 가고, 계절이 바뀌는지 정신 못 차리고 산다. 그 결과 50대에 들어서면서 책장의 내용물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간 열심히 읽었던 인문·철학·역사책들은 책장 한편으로 밀리고, 나와 세상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 준 과학책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마터면 이렇게 재밌는 것을 모르고 갈 뻔했다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는 중이다. 과학책 읽는 재미를 주변과 나누고 싶어 다양한 글로 풀어내고 있는데, 《주간조선》에 「과학 연구의 최전선」을 연재하며 현대 과학의 신비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최준석과학(https://www.youtube.com/user/iohcsj)’에서 과학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제까지 직업란에 ‘언론인’이라고 썼는데, 앞으로는 ‘과학 유튜버’라고 써야 할까 생각 중이다. 인도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 간디를 잊어야 11억 시장이 보인다, 함두릴라, 알 카히라를 썼고, 떠오르는 인도옮겼다. 현재는 그동안 한국 과학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과학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던 「과학 연구의 최전선」 내용을 책으로 엮어, 한국 과학계에 한 권의 지도와 같은 책이 될 『최준석의 물리 열전』을 집필 중이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물리의 정석: 고전 역학 편』

 

 

『물리의 정석: 양자 역학 편』

 

 

『물리의 정석: 특수 상대성 이론과 고전 장론 편』

 

 

『우주의 풍경』

 

 

『블랙홀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