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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2) 오픈 카의 멋과 여유 본문

완결된 연재/(完)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2) 오픈 카의 멋과 여유

Editor! 2013.10.08 17:14

자동차 저널리스트이자 DK 대백과사전 「카 북」의 번역자 중 한 분이시기도 한 류청희 선생님 - 메탈헤드란 닉네임이 더 친숙한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 이 「카 북」에 등장하는 자동차 관련 이야기들을 들려드립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2편 시작합니다.

* 본 연재는 마른모들의 Joyride (http://blog.naver.com/joyrde)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프롤로그) 자동차와 두근두근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 시대를 잘못 타고난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2) 기념비적 혁신을 이룬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3) 독특함으로 눈길을 끈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4) 사라진 럭셔리 브랜드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5) 영화와 함께 유명해진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6) 포르셰 박사의 흔적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7) 전쟁을 위해, 전쟁에 의해 만들어진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8) 세계적 유명인이 사랑한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9) 모터스포츠의 발전과 함께 한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0) 모던 클래식의 바탕이 된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1) 뿌리 깊은 나무 편에 이어...편에 이어...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2) 오픈 카의 멋과 여유 


글 : 류청희(메탈헤드)


오픈 카의 멋과 여유


제2차 세계 대전 이전까지 많은 스포츠카가 오픈 카의 모습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실 대표적인 모델을 꼽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수의 스포츠카가 오픈 카로 만들어지고 있고요. 사실 보통 승용차도 초기에는 모두 오픈 카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날씨 변화로부터 차에 탄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붕이 씌워지기 시작했고, 편안한 이동을 중시한 차들부터 지붕이 고정되기 시작했죠. 스포츠카도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모두 오픈 카였지만, 지붕을 씌우는 쪽이 빠른 속도로 달릴 때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 것이 알려지면서 속도를 중시하는 스포츠카는 대부분 지붕이 씌워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느 때부턴가 자연스럽게 오픈 카 형태의 스포츠카는 빠른 속도보다는 멋과 운전 자체의 재미를 강조한 차로 성격이 굳어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오픈 카는 멋진 디자인이 아주 중요한 선택의 요소가 되죠.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을 누구나 볼 수 있기 때문에,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만큼 차 자체도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스타일을 지녀야 했으니까요.


제2차 세계 대전 이전의 수많은 오픈 카 가운데 특히 매력적인 디자인이 돋보인 것 중 하나로 알파 로메오 6C 1750 그란 스포르트(『카 북』 65쪽, 66~69쪽)를 꼽을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알파 로메오 차들은 멋진 디자인, 그리고 경쾌한 주행감각으로 이름나 있습니다. 1920년대에 나온 차들도 마찬가지였고, 6C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카로체리아(코치빌더)의 역할이 컸던 시기였던 덕분에 각기 다른 개성의 매력적인 디자인을 지닌 차들이 많이 나왔고요. 6C 1750 그란 스포르트 가운데에서도 카로체리아 자가토(Zagato)가 차체를 만든 것들은 탄탄하고 박력 있는 디자인으로 당대는 물론 지금도 자동차 수집가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알파 로메오 6C는 당대 이태리에서 가장 강력한 스포츠카 중 하나였습니다. 막 불붙기 시작한 독일과 다른 유럽 자동차 회사와의 경쟁에서 알파 로메오를 돋보이게 한 차 중 하나였죠. 앞서 선보인 6C 1750 수페르 스포르트에 쓰인 엔진에 슈퍼차저를 더해 성능을 높인 이 차는 1930년에 열린 여러 경주에서 우승컵을 따냈습니다. 그 시절 최고의 레이서 중 하나로 손꼽히던 타치오 누볼라리가 밀레 밀리아(이태리어로 1,000마일) 경주에 출전해 같은 차를 몰고 출전한 아킬레 바르치를 제치고 우승한 것을 포함해서 말이죠. 알파 로메오를 떠나 스쿠데리아 페라리라는 자신의 레이싱 팀을 꾸린 엔초 페라리가 구입해 출전했던 경주차 역시 6C 1750 그란 스포르트였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난 후에 나온 오픈 카 가운데 매력적인 스타일과 뛰어난 성능을 겸비한 차의 선두주자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재규어 XK120(『카 북』 118쪽)입니다. 부드러운 곡선의 차체는 웅크린 재규어(또는 고양이)를 닮은 모습이었고, 전쟁 이전의 차에서 볼 수 있었던 고전미와 현대적 감각이 잘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드물었던 DOHC 방식 밸브를 갖춘 엔진을 얹은 이 차는 성능도 매우 뛰어났습니다. XK120이라는 이름부터 최고시속 120마일(시속 약 193킬로미터)을 낼 수 있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었으니까요. XK120은 ‘아름다운 고성능 차(Beautiful fast car)’라는 현대적인 재규어의 이미지를 굳힌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XK120의 뒤를 이어 재규어는 점점 더 성능을 높여 XK140(『카 북』 123쪽), XK150(『카 북』 142쪽에 나온 XK150 FHC는 쿠페)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들 모두 XK120처럼 140마일(시속 약 225킬로미터), 150마일(시속 약 241킬로미터)인 최고시속을 모델 이름으로 썼습니다.

오픈 카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10여 년에 걸쳐 엄청난 인기를 끕니다. 특히 유럽은 제2차 세계 대전의 여파에서 벗어나 빠른 속도로 자동차 보급이 이루어지면서 즐기기 위한 자동차로서 오픈 카도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유럽산 오픈 카는 유럽 본토보다 미국에서 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대륙의 특성을 반영해 길게 뻗은 차체와 직진 위주의 주행특성이 강조되었던 미국 차들과 달리, 유럽 차들은 예술적인 선과 면을 지닌 멋진 디자인과 더불어 주행특성을 가속과 코너링에 초점을 맞추는 등 운전 재미를 추구한 방향이 달랐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차에서 독특함을 느끼고 싶은 미국 베이비 붐 세대에게 유럽 스포츠카, 특히 오픈 카는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음악계에서 비틀즈로 대표되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시기에, 많은 영국 오픈 카들이 물밀듯이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카 북』 148~149쪽 ‘스포츠카의 황금기’, 202~203쪽 ‘스포츠카의 황혼’에서 다루고 있는 오픈 카들의 대부분이 그런 이유로 당시에 인기를 얻은 것들입니다.




1950년대 중반에는 특히 영국의 소규모 메이커들이 만든 오픈 카가 널리 인기를 얻었습니다.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가 오스틴 힐리 스프라이트(『카 북』 149쪽)였는데요. 스프라이트는 1958년부터 1971년까지 약 13만 대가 생산된 오스틴 힐리의 간판 모델입니다. 이 차는 저렴하면서도 스포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차를 목표로 개발되었고, 실제로도 엔진을 비롯한 여러 부품을 대중차인 오스틴 세븐의 것을 활용해 값을 낮춤으로써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차는 보닛 위에 헤드램프가 올라가 있는 모양새 덕분에 ‘개구리 눈(frogeye)’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귀여운 모양새는 물론이고, 특별히 고성능을 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으면서도 운전 재미가 아주 뛰어나 호평을 얻었습니다. 생산은 스포츠카로 유명한 MG의 공장에서 이루어졌는데, 스프라이트가 히트하면서 이후에 나온 MG의 스포츠카도 여러 면에서 스프라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프라이트와 함께 당대 영국 소형 스포츠카를 대표하는 모델 중 하나였던 MG 미젯(『카 북』 202쪽)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스틴 힐리는 스프라이트 같은 소형 스포츠카 외에도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좀 더 큰 차도 만들었는데, 배기량이 큰 직렬 6기통 엔진을 얹은 3000(『카 북』 170쪽, 202쪽)은 스프라이트 만큼은 아니어도 꽤 인기를 얻으며 1967년까지 4만 3000여 대가 생산되었습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스포츠카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로터스 세븐(『카 북』 149쪽)도 이 시기에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달리기에 필요한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달지 않은 순수 스포츠카로, 완성된 형태는 물론이고 부품 상태로 구매해 오너가 직접 조립해 완성하는 키트 카(kit car) 형태로도 판매되었던 로터스 세븐은 가볍고 잘 달리는, 그러면서도 저렴한 스포츠카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덕분에 경주용 차를 만들던 작은 회사는 중견급 자동차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죠.


워낙 인기가 좋았던 세븐은 이후 성능이 강화된 슈퍼 세븐(『카 북』 202쪽)으로 발전했고, 로터스가 완성차 메이커로 거듭나기 위해 세븐의 생산 및 판매권을 케이터햄으로 넘겨 계속 명맥을 이어 나갑니다. 케이터햄은 그 후로 계속 세븐을 발전시켜 지금까지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케이터햄에 의해 만들어진 로터스 세븐의 후예들 역시 『카 북』 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266쪽, 339쪽). 긴 빵 모양으로 된 차체에 커버만 씌운 채 바퀴가 노출되어 있고 긴 차체 뒤쪽에 운전석이 놓인 세븐은 이후로 운전 재미를 우선하는 순수 스포츠카 구조의 틀을 정립합니다.



1950년대에 다져진 오픈 카의 인기를 바탕으로 1960년대에 들어서면 좀 더 화려하고 세련된 오픈 카들이 등장합니다. 뛰어난 성능만큼이나 예술적인 디자인을 지닌 차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대중 브랜드는 물론이고 이국적이거나 고급스러운 차를 만드는 회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비교적 대중적인 브랜드가 내놓은 차 가운데에는 알파 로메오 두에토 스파이더(『카 북』 203쪽)를 꼽을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알파 로메오는 매력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브랜드입니다. 영화 ‘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먼이 타는 차로 나와 시선을 끌었던 이 차 역시 이태리 카로체리아인 피닌파리나(Pininfarina)가 디자인하고 만들어 1960년대의 대중적 오픈 카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 중 하나입니다. 길게 뻗은 낮고 날렵한 차체는 매우 아름다웠고, 알파 로메오의 대중차인 줄리아를 바탕으로 만들어 값도 비교적 비싸지 않았습니다. 고전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의 이 차는 인기도 인기였지만 여러 회사 사정 때문에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되었을 뿐 기본 형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1993년까지 만들어졌습니다.



페라리 같은 브랜드에서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지닌 오픈 카를 만들었습니다. 250 캘리포니아 스파이더(『카 북』 202쪽) 같은 차들은 지금도 많은 애호가가 가장 갖고 싶은 차 중 하나로 손꼽는 모델이죠. 이 차는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페라리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미국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만든 모델입니다. 호평을 얻은 많은 페라리들이 피닌파리나가 디자인한 것이었지만, 이 차는 카로체리아 스칼리에티(Scaglietti)가 디자인했습니다. 차체를 가볍게 하기 위해 여러 부분에 알루미늄 합금을 쓴 것과, 조금은 대륙적으로 길게 뻗은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1950년대 후반에 50대 정도만 만들어져서 희소성이 아주 높고, 디자인과 성능 등 여러 면에서 매우 탁월했던 차여서 경매에서 거래될 때 아주 높은 가격이 붙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미국 배우 제임스 코번이 탔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모델은 유명세가 더해져 더 높은 값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2008년 경매에서 영국 방송인 크리스 에번스가 약 1089만 달러(약 114억 원)에 낙찰 받아 경매가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석유파동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여러 나라가 안전규제를 강화하면서 오픈 카는 사려는 사람도, 만들려는 회사도 모두 줄어들며 사양길로 접어드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반전을 불러온 자동차가 있었으니, 1989년에 마즈다가 내놓은 MX-5(『카 북』 280쪽, 282~285쪽)가 그 주인공입니다. 1960년대 영국 스포츠카가 주었던 오픈 카의 즐거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되살린 이 차는 새로운 오픈 카 붐을 일으킵니다. 오픈 카 수요가 많았던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이 차는 경쾌한 주행 감각과 깔끔한 디자인,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큰 인기를 얻습니다.


처음 개발 단계부터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으면서도 마즈다의 대중적 모델에 쓰인 기술과 부품을 폭넓게 써서 값을 낮춘 것도 1960년대 영국 스포츠카들과 비슷했죠. 특히 엔진 출력이 대단히 높이 않으면서도 운전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정도로 주행감각이 탁월했던 것이 MX-5의 성공 요인이었습니다. 이 차는 미국과 일본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어,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오픈 스포츠카’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MX-5는 2세대와 3세대(『카 북』 339쪽)로 발전하며 지금도 생산되고 있고, 내년쯤 등장할 예정인 4세대 모델은 알파 로메오와 공동 개발되어 각각의 브랜드로 팔릴 예정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DK 대백과사전 「카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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