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cienceBooks

이세돌vs알파고 바둑 대국, 뇌 과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는 어떻게 볼까? 본문

과학 Talk

이세돌vs알파고 바둑 대국, 뇌 과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는 어떻게 볼까?

Editor! 2016. 3. 9. 14:18

과학Talk. 이세돌vs알파고 바둑 대국

뇌 과학자와 컴퓨터 과학자는 어떻게 볼까?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기사가 9일부터 15일까지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5차례 바둑 대국을 펼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두뇌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실험으로 과학자들도 이번 대국을 눈여겨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둑에 관심이 없는 대중들도 영화나 소설에서만 봐왔던 '인간 vs 기계'의 대결이 실현되는 이번 대국이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누가 이길 것인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기도 합니다.



카이스트 명강 2기 『1.4킬로그램의 우주, 뇌』를 저술한 정재승 교수님도 이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뇌과학자로서 짧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정재승 교수님은 "컴퓨터가 학습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그다음에 행동하는 인공지능이 나올 것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이라고 이번 대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스포츠서울 [뇌 과학자가 본 이세돌-알파고 대결의 의미]

기사보기 ▶ http://www.sportsseoul.com/news/read/366996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의 '우리는 어떻게 선택하는가?'에서는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의사 결정 신경 과학으로 풀어놓았습니다.


1960년대 들어 신경 과학자들이 인지 과학자들과 함께 "학습과 기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연구하면서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하게 됩니다. 학습과 기억 시스템은 시각계와 더불어 뇌에서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영역에 속합니다.

저는 최근에야 주목 받기 시작한 신생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람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선택하는가?"를 다루는 의사 결정(decision-making) 신경 과학입니다.

─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정재승 교수



그 중 이번 이세돌-알파고 대결에 적용될 수 있는 게임이 이론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합니다. 알파고는 이번 대결을 위해 인공지능과 게임 이론의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게임 이론은 무엇일까요?


여기에서 말하는 게임이란 우리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으로 즐기는 오락이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 결정이 나에게 주어지는 보상에 영향을 미치는, 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결정을 했느냐에 따라 나도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맥락'을 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보수 행렬(payoff matrix)이라고 부르는 이해득실표를 짜야 합니다. 상대방이 이런 선택을 하면 나는 그것에 맞추어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꼼꼼히 계산한 다음에 나에게 가장 큰 보상을 주는 전략을 찾는 논리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학문이 게임 이론입니다.

─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정재승 교수


과연 이 게임 이론을 접목시킨 알파고는 인간을 이길 수 있을까요?

정재승 교수님은 앞서 소개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버전으로 봤을 땐 이세돌의 완승으로 예상되었으나, 6개월 동안 알파고가 얼마나 학습을 했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였습니다. 다만 9단인 이세돌 기사를 이기기 위한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6~8단 정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했을 텐데 이를 통해 사람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누구도 함부로 승부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이전에 인간과 기계가 두뇌대결을 벌인 일은 없었을까요?



사실 기계와 사람이 두뇌대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컴퓨터 과학자 대니얼 힐리스의 『생각하는 기계』에서는 이미 1960년에 체커로 기계가 인간 최고수를 이겼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체커는 12개의 말로 진행하는 간이 체스 게임으로, 19x19의 큰 바둑판에서 펼치는 대국보다는 훨씬 경우의 수가 적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승리였습니다.


체스 실력은 고만고만하지만 프로그래밍 능력은 뛰어난 프로그래머는 자기보다 체스 실력이 뛰어난 체스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다.

─ 대니얼 힐리스, 『생각하는 기계』



그보다 훨씬 경우의 수도 많은 바둑에서는 승리를 할지 미지수라는 것이지요. 어쩌면 이번 대국으로 새로운 기록이 세워질 수도 있을 거고요. 대니얼 힐리스는 『생각하는 기계』에서 아래와 같이 컴퓨터를 소개합니다.


나는 당시 로봇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그 지식의 이름은 바로 계산 능력(computation)이었다. 그때 나는 그것을 생각하는 능력이라고 여겼는데, 어떤 물체가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그 당시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 대니얼 힐리스, 『생각하는 기계』


컴퓨터는 성능이 좋은 계산기나 카메라나 그림 그리는 붓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사고 능력을 키우고 확장하는 장치다. 상상의 세계를 현실화하고 있는 이 기계는 처음에는 인간이 생각하는 대로만 작동했지만 이제는 인간의 생각으로는 결코 도달하지 못했던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 보여 주고 있다.

─ 대니얼 힐리스, 『생각하는 기계』



과연 알파고는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승부수를 내서 최초의 승리를 거머쥘까요? 아니면 학습 데이터의 한계로 아직은 인간을 뛰어넘지 못하고 패배할까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 대국은 흥미로운 실험이자 인공지능 역사의 중요한 획을 그을 대결로 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누구를 응원하고 있나요?

 대국에 어울리는 『생각하는 기계』 인용구를 소개해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뇌는 기계다.”라고 내가 말할 때, 그것은 정신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기계의 잠재적 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정신이 우리가 예상하는 정도에 비해 덜 위대하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위대할지 모른다고 믿을 뿐이다.

─ 대니얼 힐리스, 『생각하는 기계』


※ 참고도서

책 제목을 누르면 책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생각하는 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