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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우리는 기적이다: 생명의 기원과 본질에 관하여 본문

완결된 연재/(完) <칼 세이건 살롱> 스케치

(2강)우리는 기적이다: 생명의 기원과 본질에 관하여

Editor! 2016. 10. 19. 09:51

올해, 칼 세이건의 20주기를 맞아 사이언스북스와 과학과 사람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칼 세이건 살롱 2016’의 문이 열렸습니다. 우주를 꿈꾸던 뛰어난 천문학자이며,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세계적인 과학자 칼 세이건. 앞으로 13주 동안 진행될 ‘칼 세이건 살롱 2016’은 그의 과학과 사상, 꿈을 공유하는 특별한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 진행자 원종우 대표가 메인 호스트로,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가 서브 호스트로 참여해 매회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이번 행사는 9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다큐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을 한 편씩 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비 내리는 금요일 저녁, 황홀하고 아름다운 다큐 「코스모스」와 생명의 진화와 외계 생명체와 인공지능과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가 한데 모인 ‘칼 세이건 살롱 2016’ 두 번째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난 10월 7일 충정로 ‘벙커1’에는 궂은 날씨에도 첫 번째 시간만큼 많은 분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이날은 「코스모스」 두 번째 에피소드 ‘생명의 강물(Some of the Things That Molecules Do)’을 시청하는 순서로 영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작은 분자에서 시작된 생명들에서 비롯한 생명의 거대한 나무를 살펴보았습니다. 네, 나무 맞습니다. 「코스모스」에는 이곳 지구를 거친 수많은 생명이 거대한 생명의 나무 곳곳에 위치한다는 멋진 비유가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인간과 코끼리, 나비와 개, 해마와 거북이 그리고 그 모든 생명이, 실은 같은 생명의 나무를 이루는 가지들인 것이죠. 이 나무에는 지금은 사라진 존재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곧, 아직 사라지지 않은 존재들과 새로 나타날 존재들을 상상하게 합니다. 메인 호스트 원종우 대표는 이에 대해 “두 가지 감정을 경험하게 돼요. 우주가 너무 거대하니까 우리가 굉장히 작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우리가 얼마나 기적적이고 놀라운 존재인지 떠올리게 되죠. 수많은 우연과 진화, 행운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라며 감탄했습니다.   


다큐 시청이 끝나고, ‘칼 세이건 살롱 2016’ 두 번째 시간의 강연을 맡아 주신 이명현 박사님은 먼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보다 본격적으로 진화론을 이야기하는 닐 타이슨의 「코스모스」의 특징을 설명했습니다.


“1980년 판에서 칼 세이건이 종교나 설화, 신화를 동의는 하지 않지만 포용하는 편이었다면, 2014년 판 「코스모스」는 직설적으로 진화 이론을 이야기하는 입장이에요. 분자로부터 시작해 우리 생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런 것들을 굉장히 직접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하거든요. 그래서 제목을 ‘Some of the Things That Molecules Do’라고 붙인 것 같아요.”


자연 선택과 인위 선택,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진 인류의 다음부터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다루어 주신 이명현 박사님의 유쾌한 강연을 지금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 




인위 선택, 육종

이명현 박사님의 강의는 「코스모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중요하게 이야기된 ‘육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진화 이론을 내세우면서 진화론이 확립되었지만요. 사실 사람들은 역사적인 과정을 통해 이미 진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내재적으로요.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 지금의 (반려견처럼 예쁜)이런 애들까지 만들어 내고 있었던 거예요. 『종의 기원』에도 처음 1장부터 나오는 이야기가 ‘육종’이야기입니다. 개와 비둘기의 육종 이야기가 굉장히 지루할 정도로 나오는데요. 왜냐하면 그 당시 육종이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책을 낸 출판사에서는 뒤에 나오는 ‘진화’ 이야기는 다 빼고 ‘육종’이야기만 내자, 그러면 대박이다.’라고 했었다 합니다.” 


‘내재적’이라는 말, 참 의미심장합니다. 어쩌면 과학은 대단한 발명보다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의 발견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2014)의 두 번째 에피소드는 늑대가 인간과의 공생을 선택하며 인간의 필요에 따라 진화하는 육종 이야기를 동화처럼 그립니다. 기원전 1만 5000년 전에 일부 늑대들은 인간에게 길들여지기를 택하면서 새로운 진화 국면에 접어드는데요. 사냥은 인간에게 시키고 인간의 보호 아래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으며 지내면 야생의 위협도 줄어들고 더불어 새끼도 안전해집니다. 늑대는 그렇게 개가 되어 안전과 자유를 바꾼 것이지요. 한편 인간은 길들여지지 않는 개를 지속적으로 제거합니다. 사냥과 경비 훈련을 시킵니다. 예쁜 외모의 개를 선호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육종’, 즉 ‘인위 선택’이라고 합니다.  

「코스모스: 퍼스널 보이지」(1980)에서는 ‘인위 선택’을 어떻게 그렸을까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투구게였습니다.


“거의 사람처럼 생겼죠. 심지어 싸움 잘하는 무사처럼 생기지 않았습니까? 일본의 투구게라는 건데요. 얘가 처음부터 이렇게 생긴 게 아니에요. 「코스모스: 퍼스널 보이지」를 보면, 바다에 빠져 죽은 비운의 왕에 대한 전설이 나와요. 일본 어부들이 바다에서 게를 잡아서 보니까 사람 얼굴과 비슷하게 생긴 거예요. 전설이 떠올라서 먹기가 꺼림칙하잖아요. 걔네는 놓아주고 밋밋한 애들만 먹기 시작한 거죠. 그러다보니 그 근처 바다에서는 계속해서 점점 사람 얼굴을 닮은 애들이 살아남았어요. 지금은 그 지역에서 (사람 얼굴을 똑같이 닮은) 이런 애들이 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이런 것들도 일종의 ‘인위 선택’입니다.”



개미도 가축을 키웁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죠. 개미는 인간이 젖소를 키워 우유를 얻듯 진딧물을 키워 배설물을 얻습니다. 젖소가 인간을 통해 안전을 확보했듯, 진딧물 또한 먹이를 얻습니다. 이명현 박사님은 “자연 선택이라는 것은 적응하는 과정이잖아요. 각 개체가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에서의 개체 수가 바뀌는 것이죠. 그렇게 환경에 적응하는 메커니즘을 자연 선택이라고 하는데요. 반면 환경에 적응하는 메커니즘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입했다면 그것이 인위 선택이 되는 거고요.”라고 자연 선택과 인위 선택을 구분 지어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인위 선택도 넓게 보면 자연 선택의 일부가 아닐까요? 이명현 박사님은 이에 대해서도 의견을 남깁니다.


“인간 역시 자연에 적응해야 했던 존재고 그것의 결과로서 이런 과학 문명을 발달시킨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가축을 기르고 개를 길들이기 시작했는데요. 그렇다면 그 과정까지도 포괄적으로 자연 선택의 범위에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굉장히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개미 같은 애들은 분자나 원자 단위까지 가서 그 자체를 바꾸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겉으로 드러난 환경에 맞게끔 조절해서 사는 건데요. 현재의 우리들은 분자 단위까지 내려가서 그것을 조작하거나 편집하는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그럼 이것을 여전히 인위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냐, 이런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죠.”


유전자 편집이라는 급격한 변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자연 선택과 진화에 보다 깊이 들어가서 봐야 할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압도적인 시간 속에서 수많은 시도를 하며 지금에 이른 모든 생명의 진화, 그 놀라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연 선택, 엄청난 사건 ‘진화’

“46억 년 전에 지구가 생겨났어요. 38억 년 전까지 생명체가 있었다는 증거들이 포착되고 있는데요. 진화를 이야기할 때 눈(眼)처럼 복잡한 것들이 어떻게 생겨났느냐 하잖아요. 잊어서는 안 될 게, 자연이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요. 시간입니다. 지구는 46억 년의 시간이 있었어요. 뭘 못 했겠습니까? 그 긴 시간 동안 이렇게 조금, 저렇게 조금 적응해 가면서 남은 결과들이 진화라는 형태로 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생명의 나무가 등장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진화에 대한 왜곡된 개념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진화란 인간 하위에 침팬지, 침팬지 하위에 원숭이가 위치한다는 식의 개념이 아닙니다. 공동 조상에서 갈라졌을 뿐인, 말하자면 ‘사촌’ 같은 존재들입니다.


“몇 백만 년 전으로 올라가면 침팬지와 인간의 공동 조상이 있습니다. 걔는 침팬지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에요. 그 공동 조상이 또 올라가면 다른 공동 조상이 있고요. 그런 식으로 가지치기를 하는 것을 생명의 나무로 보았는데요. 가지 끝에 붙어 있는 것들이 지금 살아남은 것들이고요. 오다가 꺾이고, 끝나 버리는 것들은 지구에 있던 다섯 번의 대멸종 기간 동안 다 사라진 것들입니다.”



이명현 박사님은 이어 “멸종이라는 것은 지구에서 아주 당연한 사건”이라는 흥미로운 말씀을 했습니다. 다섯 번의 대멸종을 거치면서 99% 이상의 생명체가 지구에서 자취를 감추고, 다시 생존한 생명체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사실. 나라는 존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이 깊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종이 분화했다면 그 사실을 알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을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답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그렇다’가 될 겁니다.


“리처드 도킨스라는 분이 종의 정의를 이렇게 많이 해요. 여러분과 저는 지금 현대를 살고 있는데요.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이렇게 계속 올라가 봅시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 사람과 여러분이 짝짓기를 하면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뭐, 가능할 것 같아요. 더 올라가 보죠. 단군 시대에 살던 사람과는 어떨까요? 네, 그들도 우리처럼 생겼을 것 같아요. 그러면 더 올라가서 신석기 시대, 어떨까요? 더 올라가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될 것 같으세요? 종이 달라졌다고 하는 것은 교미를 한 후 새끼를 낳을 수 없게 되었을 때를 말합니다. 그때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해요. 유전자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명현 박사님은 잠시 올해 발표한 ‘과학자 밴드’의 ‘엔트로피 사랑’이라는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38억 년 역사의 생명 진화 과정을 거쳐 박테리아로부터 인간까지 진화해 온 과정을 사랑 노래에 담았다.”라고 소개하면서 말이지요. 



아주 오랜 옛날 빅뱅 초신성 폭발, 너의 모든 것을 빛나게

백 삼십팔 억 년 지나 우리 이제 만나 지구라는 작은 곳에서

나보다 더 똑똑하고 잘난 외계인들도 있겠지만

언젠가 번쩍이고 멋진 로켓이 머나먼 우주로 떠나가겠지만

그래도 빛보다 빨리 날 수는 없기에 찾지 못해 만나지 못해

이 넓은 우주 속에 우린 함께 있어(가속 팽창 하더라도) 서로 멀어지지 않아

우리도 언젠가 사람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겠지

하지만 우리 서로 사랑하듯이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너를 만나기 위해 박테리아에서 진화해 여기에 왔어

우리도 공룡처럼 사라지겠지만 그날은 아직 멀었지

세상 모든 것이 그저 정보라 해도 이 세상 모든 것이 있고 동시에 없고 

내 가슴 속의 네트워크 위에 너라는 링크 뿐

그댄 블랙홀 같던 내 맘을 녹이고 어둔 내 안에 마침내 새로운 빛을

우리 사랑은 줄지 않는 엔트로피처럼 매일 또 매일 더욱 커져만 갈꺼야

나는 티라노를 감싸는 깃털처럼 너의 체온을 붙잡아 지켜주고

3단 로켓처럼 너를 세 번 밀어줄께 자유롭게 저 밝은 별까지

라라 라라랄라 라라라 라라랄라 랄라


“성 선택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개체군 내에서 이성에게 더 어필을 해야 번식이 된다는 거예요. 이 ‘번식’이라는 키워드가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이기도 해요. 책 『코스모스』를 보면 이런 구절들이 있습니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필연적인 사건이다’라고요.”


노래의 탄생 배경을 보충 설명하는 위의 이야기는 지난 시간 홍승수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우연을 어느 정도의 세월이 흐른 후에 돌아보면 그 우연은 이미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의 하나의 단초인 것”이라고 했던 홍승수 교수님의 말씀, 기억하시나요? 이명현 박사님 역시 “모든 우연으로 뭉쳐서 내려온 사건이지만 이것들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시간”이라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유전자 편집이라는 변곡점

“어느 시대든지 변곡점이었을 거예요. 우리가 나무에서 내려와 들판을 떠돌게 돼 침팬지와 갈라지게 되는 때도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변곡점이었을 테죠. 지금도 변곡점일 거고요. 옛날의 변곡점과 지금의 변곡점에 차이가 있는지는 굉장히 논쟁적인 질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 있었던 인위 선택은 국부적이죠.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환경, 특히 인위적인 환경은 다른 것 같아요. 이제는 우리가 직접 분자 단위로 가서 DNA를 건드릴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 것들이 변하는 메커니즘은 돌연변이가 생겨서 우연히 발생한 사건과 달리, 목적을 가지고 바꾼 것이죠. 그런 시대에 와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거든요.”


과학과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가능해진 진화 메커니즘에서의 인간의 다른 위치. 이것이 수십억 년 지구 역사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호모 사피엔스는 어떤 새로운 진화를 이루어낼까요. 인공지능은 인간을 어디로 데려갈까요. 이명현 박사님은 “선택 자체를 조작적, 목적적으로 할 수 있는 단계”인 지금을 살피며 진화의 다음 단계에 대한 큰 질문을 던졌습니다. 특히 유전자 편집이 가능해진 인간은 시간의 차원까지 뛰어넘는 상황이 된 만큼 대단히 복잡한 질문이 얽혀서 다가옵니다.



“우리가 원하는 개를 만들기 위해서 지난 1만 5000년 동안 노력을 했잖아요. 이걸 그냥 실험실에서 바로 할 수가 있게 되었어요. 시간과 우연성을 우리가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인위 선택이라는 말 외에 굉장히 강력한 단어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인공 지능이라는 변수 역시 인류의 진화에 큰 작용을 할 것입니다. 특히 우리는 ‘알파고’ 덕에 인공 지능의 도래를 더욱 강력하게 실감한 경험이 있지요. 이명현 박사님은 ‘약’ 인공 지능과 ‘강’인공 지능을 가정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현재를 약인공 지능이라고 하는데요. 인공 지능이 아무리 똘똘해도 전원을 꺼버리면 끝이에요. 인간이 전력을 공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죠. 또한 인공 지능이 소설도 쓰고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린다고 하는데 저작권료는 사람이 가져가거든요. 그런데 인공 지능이 저작권료를 요구하는 시대가 올까, 그렇다고 생각하면 강인공 지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것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나뉩니다.”


여기서 또 영상 하나를 보았습니다. 인공 지능과 인공 지능이 대화하는 영상이었습니다. 2011년 제작된 이 영상에서 보는 인공 지능의 대화는 짧은 시간 안에 로봇으로서의 정체성과 신의 존재까지 뻗어갑니다. 강인공 지능으로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마 그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학은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까요? 이제 이명현 박사님은 과거와 현재를 지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따져 보려 합니다. 




2045, 특이점이 온다

“많은 과학자들이 2045년이 되면 특이점이 온다고 말을 합니다. 인공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의 모든 능력을 급격하게 뛰어넘는 정도의 시대가 2045년 정도에 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것을 ‘특이점’이라고 합니다. 스티븐 호킹, 레이 커즈와일 같은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지금 목격하는 많은 인공 지능을 보면서 과학자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38억 년에 걸쳐 자연이 해 온 자연 선택이라는 진화 과정, 1만 5000년에 걸쳐 해 온 인위 선택이라는 과정, 그리고 최근 50년에 걸쳐 인간이 해 온 놀라운 변화. 확실히 최근 인간이 만들고 혹은 겪고 있는 환경적 변화는 이전의 것과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미처 명명하지도 못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요. 이제는 이것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명현 박사님은 인공 지능과 같은 것들이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레이 커즈와일 같은 분들은 극단적인 생각을 합니다. 특이점이 오는 시대가 되면 호모 사피엔스는 멸종이라고 생각을 해요. 대책이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유일하게 호모 사피엔스가 종으로 살아남는 방법은 사이보그화 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데요. 가만히 있으면 멸종한다, 그러니 선수를 치자는 거예요. 아직은 인공 지능이나 로봇을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다룰 수 있잖아요. 우리가 먼저 로봇 속으로 들어가 기계 인간이 되자는 겁니다. 로봇에 인간의 문화, 가치관을 심으면 인간의 몸은 멸종하겠지만 그 속에서 ‘호모’라는 이름의 생명체를 대대손손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다른 세상, 외계 생명체

이명현 박사님의 화두 던지기는 외계 생명체까지 옵니다. 타이탄(Titan,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Enceladus, 토성의 위성), 유로파(Europa, 목성의 위성), 액체가 있는 이런 곳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궁금한 인류는 지금도 탐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엔셀라두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게 물이에요. 간헐천이라고 하죠. 지각을 뚫고 물이 나오는 겁니다. 타이탄은 달보다 조금 큽니다. 바다가 있고, 호수가 많아요. 지구의 초창기 모습과 비슷해서 지구 생명체 태동에 대한 힌트를 얻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생각하고 있어요. 탐사선을 보내려고 하고 있고요. 유로파를 또한 주목하고 있는데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엔셀라두스처럼 물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발견됐어요. 대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유로파가 중요한 것은 표면이 얼음으로 얼어 있는데요. 그 밑에는 지구의 바다보다 더 풍부한 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해요. 탐사선이 가서 얼음을 뚫고 생명체 여부를 보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 도대체 이것은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닙니다. 인류의 과한 상상력 때문도 아니지요. 이명현 박사님은 과학적인 접근으로 이유를 설명합니다.



“현재 전 우주상에 생명체는 지구에만 있어요. 화성에 있으리라는 개연성 있는 증거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발견하지 못했고요. 발견이 갖는 의미는 굉장히 큽니다. 우리는 지구 생명체밖에 모르기 때문에 DNA라는 것이 20개 정도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라고만 생각하는데요. 만약 화성이나 타이탄, 유로파에서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발견되었는데 지구와 똑같은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DNA가 발견된다고 하면 그때는 보편화의 길로 나갈 수가 있게 돼요. 그러면 온 우주에 지구와 똑같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요. 만약 다른 게 발견된다면 이제는 생명의 정의, 생명의 특성이 굉장히 다양화될 가능성이 생기는 거죠.”


과학적으로 두 번째 발견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목성의 고리가 발견되기 전, 사람들은 토성의 고리가 모든 우주에서 유일하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보이저호가 보내온 정보를 통해 목성뿐 아니라 천왕성, 해왕성 심지어는 소행성에도 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지금은 거대 행성에는 모두 고리가 있다고 생각하죠. 이것이 두 번째 발견의 놀라운 점입니다. 그러니 생명체는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이명현 박사님은 “그 발견이 어쩌면 우리 세대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렇습니다.”라며 상기된 목소리로 이야기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할 시대라는 것. 강연은 철학적인 질문을 남기고 그렇게 끝을 맺었습니다. 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더 많은 분들이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게 되길 바랍니다. 




강의만큼 흥미로운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몇몇 통찰을 줄 만한 질문을 선별해 아래에 전합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종인가요? 

이명현(이하 ‘이’): 전에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는데요. 최근에 같은 동굴에서 발견되기도 했고요. 우리 몸속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일부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이 되었어요. 공존하던 시절에 자식을 낳을 수 있는, 교미를 했던 증거들이 발견된 것이 현재의 정설입니다. 

원종우(이하 ‘원’): 우리 속에 네안데르탈인 있다.(웃음)

: 네, 비만의 원인이 네안데르탈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비만 유전자를 갖고 있었을 거예요. 그 당시에는 유리한 유전자이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것이 우리에게 내려왔기 때문에요. 이렇게까지 핑계 대는 거죠.(웃음)  

: 두 인류는 동시대에 존재했잖아요?

: 당시 최소한 여섯, 일곱 개의 인류가 서로 경쟁을 하다 호모 사피엔스만 남게 됐는데요. 왜 그렇게 됐을까, 가 굉장히 큰 화두 중 하나고요. 흔히 그런 얘기를 해요. 인류가 바늘 같은 것을 만들어서 옷을 꿰어 입기 시작했다, 이런 몇 가지의 사건들이 호모 사피엔스가 단일종으로 살아남게 된 원인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우연적 요소가 작용했던 것 같아요.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개로 만든 인위선택이 한편에서는 비판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 개로 만든 자체에 비판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근대 이후에 굉장히 많은 종이 생기지 않았습니까. 그것이 사람들이 원하는 외모, 성격을 만들기 위해서 너무 많이 교배를 해서요. 흔히 순종이라고 하지만 이게 전부 근친 교배거든요. 나쁜 유전자 때문에 몸이 안 좋아지죠. 실제 시츄 같은 개들은 그런 얼굴을 만들려고 계속 근친 교배를 해서 무리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숨을 잘 못 쉽니다. 얼굴이 작은 개들은 숨 쉬기가 되게 힘들고요. 불독처럼 다리가 넓적하게 생긴 개들은 걷는 게 힘들어요. 이런 식으로 사람이 너무 취향에 맞게 조작을 하다 보니 개들이 불행해지는 거죠. 이런 문제가 최근에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걷는 고래』를 읽으면 포유류가 사지를 잃고 물에 적합하게 바뀌는 과정의 흔적을 보여주는데요. 인간이 오랜 시간을 거쳐 인간 자신이 만들어 낸 환경과의 상호작용 끝에 잃어버리게 되는 건 무엇일까요? 

: 다리가 없으면 의족을 하지 않습니까. 그 의족이 유선형으로 굉장히 아름답게 되어 있는 모습으로 나오고 있어요. 가장 먼저 바뀌는 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학자들은 관절염이라는 개념이 조만간, 우리 세대에 없어질 거라고 얘기합니다. 그냥 팔 떼고, (의수)갖다 끼우고, 효도하기 위해서 다리 끼워드리고요.(웃음) 그런 것들이 금방 대체될 거예요. 윤리적으로 큰 문제없는 것들, 사회적으로 별 논란 없는 것들 말이에요. 지금 안경 쓰는 것으로 말하지 않잖아요. 옛날 할머니들은 그랬죠. 다리, 팔, 이런 건 별 문제없지 않을까요? 


우주에 지구와 같은 문명을 가진 지적 생명체가 있을 확률은? 또는 지구보다 훨씬 발전된 외계 생명체가 있을 확률이 궁금합니다. 

: 과학자들은 태양계 내에는 지적 생명체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만한 증거들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집중적으로 탐구했더니, 숫자가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우리 은하 내에만 적게는 50억 개, 많게는 500억 개 정도가 된다고 해요. 수십 개가 아니라는 사실이 아주 중요하고요. 엄청 흔하다고 생각이 되는 거죠. 최근에는 ‘프록시마b’라고 해서 지구에서 제일 가까운 다른 태양계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발견이 됐어요.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환경이 비슷하면 그중 지구 생명체와 비슷한 것이 나올 개연성도 높죠. 꽤 많은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또 시간이라는 게 아주 많잖아요. 우리는 20만 년밖에 진화를 안 했지만 1억 년, 이런 식으로 진화해 나간다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문명을 건설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죠. 그런 의미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고 봅니다. 찾아내는 것과는 다른 문제고요.   


스티븐 호킹, 레이 커즈와일은 어떤 이유로 인간과 기계 간 적대성과 폭력성을 예상하는 것인가요? 오히려 포스트 휴먼, 트랜스 휴먼 등 제3의 중간종으로 변화해 나갈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 인공 지능, 사이보그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 적대적이기만 하겠느냐 하는데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 만들어 내는 인공 지능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들이 인간을 그냥 단순하게 어떤 대상으로 생각해서 그 대상이 별 의미 없거나 필요 없어지면 제거하는 건 굉장히 간단한 문제가 될 수도 있고요. 꼭 우리를 만들어 낸 인간이니까, 라기보다는 공존해서 살기 힘든 구조의 충돌이 생겼을 때는 아주 간단한 논리도 우리가 필요 없어질 시점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죠. 

포스트 휴먼, 트랜스 휴먼이라는 말은 그들과의 결합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기계와 유기체의 결합을 통해 다음 세대에 새로운 종으로 태어나자는 거니까요. 그렇게 되면 그걸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이라고는 할 수 있으되, 이어져 나가는 계통으로 설명할 수 있죠. 질문을 심각하게 하셨지만 그 질문 역시 굉장히 인간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질문 자체가 사이보그 시대에는 무력화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가치 체계에 의해 결정이 될 텐데 그 가치 체계는 무목적적일 수 있겠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종의 구분이 증식, 교배의 가능성이라면 로봇은 새로운 종이 될 수 없나요?

: 기본적으로 생명이라고 하면 번식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과거에는 무성 번식을 했죠. 쪼개지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성(性)이라는 게 생기면서 불편해졌어요. 결합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도 생기고요. 다만 그러면서 다양성을 확보한 건데요. 그런데 기계는 이런 식으로 번식하지 않잖아요. 그냥 찍어 내는 거니까 굉장히 이상해지는 거죠. 트랜스 휴먼이라 하고 우리 종의 연장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달라지는 거죠. 인공 지능은 알고리즘이라 몸을 얻게 하려면 로봇에 이식해서 넣어야 해요. 그런데 인간은 뇌라는 것 자체가 하드웨어잖아요. 하드웨어인 동시에 소프트웨어죠. 뇌를 떼어 내거나 뇌의 네트워크가 이루어지는 걸 상상할 수 없잖아요. 기계는 카피가 돼요. 그렇게 되면 우리처럼 번식하고 증식하는 개념 자체가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을 종이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애매해질 수 있고요.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로 가게 되겠죠. 


*<칼 세이건 살롱 2016> 4강 ‘밤하늘의 유령(A Sky Full of Ghosts)’은 10월 21일 금요일 7시에 ‘벙커1’에서 진행됩니다.



글 : 신연선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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