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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듣고 있는가 위대한 원자의 노래 본문

완결된 연재/(完) <칼 세이건 살롱> 스케치

(6강)듣고 있는가 위대한 원자의 노래

Editor! 2016. 11. 15. 18:11

올해, 칼 세이건 서거 20주기를 맞아 사이언스북스와 과학과 사람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칼 세이건 살롱 2016’의 문이 열렸습니다. 우주를 꿈꾸던 뛰어난 천문학자이며,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세계적인 과학자 칼 세이건. 앞으로 13주 동안 진행될 ‘칼 세이건 살롱 2016’은 그의 과학과 사상, 꿈을 공유하는 특별한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 진행자 원종우 대표가 메인 호스트로,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가 서브 호스트로 참여해 매회 다양한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이번 행사는 9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다큐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를 한 편씩 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마이크로 코스모스: 생명의 작은 우주와 만나다

지난 9월 30일부터 시작된 ‘칼 세이건 살롱 2016’이 어느덧 절반을 지나왔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우주의 탄생과 생명의 진화를 살폈고, 위대한 과학자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발견한 우주의 비밀을 하나씩 열어 보는 일은 정말로 황홀했습니다. 혜성의 두려움을 이길 수 있었고, 빛에 숨어 건네는 우주의 인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 놀라운 이야기가 전해질까요. 또 어떤 반가운 악수를 나누게 될까요.



11월 4일 ‘칼 세이건 살롱 2016’ 여섯 번째 시간은 「코스모스」 여섯 번째 에피소드 ‘깊이 더 깊이(Deeper, Deeper, Deeper Still)’를 함께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저 먼 곳, 우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이제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갑니다. 지구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물방울로 가 봅니다. 그곳에 완보동물이 등장합니다. 일명 ‘물곰’이라고도 불리는 이 놀라운 생명체는 그동안 지구에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에서도 살아남은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생물입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완보동물의 수가 인류의 10억 배라고 하니 지구의 진짜 주인은 이 친구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원자, 그 속에 있는 원자핵, 어렵게 모습을 드러낸 중성 미자까지 모습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우리 자신과 세계를 이루는 물질의 정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모든 과학 지식이 다 파괴되고 다음 세대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담은 짧은 문장 하나만을 남길 수 있다면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라는 말을 남기겠다던 위대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게 공감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도무지 확인할 수 없을 것 같은 세계가 늘 곁에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멋집니다.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깊고 또 깊습니다. 그리고 “누가 횃불을 들고 다음으로 우리를 데려갈지” 무척이나 기다리게 되는 마음입니다.

‘칼 세이건 살롱 2016’ 여섯 번째 강연을 맡아 주신 분은 한양대 응용 물리학과 손승우 교수님이었습니다. ‘깊이 더 깊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손승우 교수님은 강연에서 점점 더 작은 것으로 들어갔을 때 발견하게 되는 미시 세계에서의 원리가 놀랍게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거시 세계의 원리를 설명할 수도 있다는 점을 다양한 자료로 보여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인간의 눈동자가 우주의 화려한 성운으로, 해변의 소라 껍데기가 광활한 우주의 은하로,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이 위성으로 절묘하게 연결되는 「코스모스」의 도입부 영상이 떠오르는 이야기였습니다. 

인간이 다루는 가장 작은 크기와 우주의 시간, 간단한 규칙만으로 엿볼 수 있는 생명 현상까지,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신 손승우 교수님의 흥미로운 강연을 함께 들어 보겠습니다. 




복잡계와 생명 현상

손승우 교수님은 밤늦게 TV에서 방영된 「코스모스」를 보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교수님은 우연히 TV에 흘러나오는 「코스모스」를 보며 “내가 알고 있었던 과학들이 막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주, 생명의 얘기와 화학 시간에 배웠던 화학식, 물리학 시간에 배운 힘과 에너지들이 다 연결되잖아요. 이런 큰 시각을 줄 수 있었던 다큐멘터리였어요.”


이런 점 때문에 손승우 교수님은 더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에 「코스모스」와 같은 과학 다큐멘터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합니다. 그 자신이 이 다큐멘터리 시청하면서 과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시청한 「코스모스」 여섯 번째 에피소드의 키워드를 “생명 현상”이라고 생각했다는 손승우 교수님은 ‘복잡계와 생명 현상’이라는 제목을 화면에 띄웁니다. 생명 현상이란 무엇인가, 복잡계는 생명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생명 현상은 과연 설명할 수 있는 것인가, 여러 가지 질문이 떠오르는 강연 제목이었습니다. 


먼저 살펴본 것은 자연 현상의 네 가지 기본 힘(Fundamental Foreces)입니다. 강한 핵력(Strong Force),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 약한 핵력(Weak Force), 중력(Gravity)의 네 가지 힘으로 자연의 모든 힘을 설명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로 묶여 있도록 하는 힘, 강한 핵력입니다. 「코스모스」영상에서 나왔듯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를 만졌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전자구름이 서로를 밀쳐 내서 진짜 만진 것은 아니라고 했던 힘이 전자기력입니다. 핵분열이 일어날 때 작용하는 힘이 약한 핵력, 우주를 붙잡고 있는 힘이 바로 중력입니다.


“여기서 힘의 크기가 중요해요. 우주에 물질이라는 것이 생긴 후부터 물질에는 질량이 있기 때문에 중력이라는 힘이 제일 먼저 발생합니다. 이후 물질들이 결합하면서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이 발생하고요. 제일 마지막에 원자핵을 둘러싸는 전자가 포획되면서 전자기력이라는 것이 발생합니다. 크기를 대략 살펴보면 강한 핵력을 1이라고 기준 잡았을 때 다른 힘들은 강한 핵력보다 무조건 작아요. 전자기력이 다음으로 크고요. 137분의 1정도의 상대적 세기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이 약한 핵력, 제일 약한 힘이 중력입니다. 우리가 중력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상상해 보면 다른 힘들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안정화된 원자의 세계에 살고 있으므로 중력보다 큰 힘들을 느낄 일은 없다는 것이 손승우 교수님의 설명이었습니다.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은 원자 속에 존재하는 힘이기 때문에 힘이 작용하는 범위도 아주 작습니다. 원자의 크기보다도 작은 범위 안에 존재하는 강력한 힘입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힘이지요. 하지만 이 힘들이 원자를 결속하는 힘이라고 생각하면 세기를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전자기력과 중력은 어떨까요. 이 힘들이 미치는 범위는 무한대입니다. 이것 역시 상상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입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 「코스모스」 에피소드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나옵니다. 남자아이가 손가락을 내밀어 여자아이의 뺨을 만지는 장면입니다. 물론 이 드라마 같은 장면에서 우리는 과학을 합니다. 지난 시간에도 다루었던 ‘텅 빈 공간’ 기억하시나요? “내가 만일 원자핵이라고 가정했을 때 원자의 크기, 다시 말해 내 주변을 돌고 있는 전자의 최외각은 대전 어디쯤인 거예요. 나와 대전 사이에 그냥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 있죠.”라고 했던 윤성철 교수님의 설명 말입니다. 그러니 이 남자아이가 아무리 손을 내밀어 여자아이의 뺨에 닿고자 한들, 비록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뺨을 만졌다고 느낀들 과학적 사실은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손승우 교수님은 다른 의견을 내놓습니다. ‘만진다’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과연 과학 하는 시간입니다.


“질량 입장에서 보면 99.9퍼센트가 원자핵에 모여 있지만요. 사실 부피를 이루고 있는 것은 전자가 떠도는 구름입니다. 그러니 실제로 만진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10의 제곱수

“내가 알고 있었던 과학들이 막 연결”되는 느낌은 다시 한 번 등장합니다. 손승우 교수님이 대학생 때 한 강의를 듣고서 경험한 느낌입니다. 이른바 ‘10의 제곱수’입니다.


길이의 세계(이미지 출처: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책갈피, 2008년)


인간의 규모는 10의 0승 미터에 해당합니다. 지구의 크기는 10의 7승 정도가 될 겁니다. 이처럼 거리 규모를 일직선에 놓고 10의 제곱수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의 위치도, 퀘이사의 위치도 같은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지요. 일직선의 왼편으로 가면 박테리아와 원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새 인간이 다루는 가장 작은 크기인 10의 -17승에 이릅니다.


“강의에서 교수님은 이걸 쭉 설명하시면서 우리 물리학이라는 것이 이 범위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각각에 어떤 힘들이 있는지 말씀하셨죠. 너희들이 배운 역학이 어디고, 전자기력이 어디라고 쭉 설명해 주시는데 그런 말씀을 들으니까 제가 학부 과정 동안 들었던 많은 이론들이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학부 과정 중에도 이것들이 파편화되어 있었거든요. 물리학의 연표라고 한다면 이런 형태가 될 것 같아요.”


‘깊이 더 깊이’입니다. 

더 깊이 들여가려는 과학의 노력은 거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시간도 같은 차원으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 시간은 우주의 나이, 137억 년입니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은 10의 -15승초이며, 인간이 이해하는 가장 짧은 시간(프랑크 시간)은 10의 -43승초입니다. 


시간의 세계(이미지 출처: 최무영,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 책갈피, 2008년)


손승우 교수님은 이어 영상을 하나 보여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표현한 영상입니다. 환상적인 느낌까지 주는 과학 영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보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큰 세상에 어떻게 살고 있고, 우리 안으로 가장 깊숙이 들어가면 어떤 것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원자 하나의 크기는 옹스트롱(Å으로 표기, 100억 분의 1미터에 해당)이라고 하는데요. 10의 -10승 미터입니다. 생명은 10의 10승 범위에서 살아가고 있고요.”


다음의 이미지를 보면 원자 하나부터 단백질,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달걀부터 나무까지의 크기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생명의 크기가 10의 10승 범위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미시 세계를 관찰하고 원리를 생각하는 것은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점점 깊이 들어가면서 생명의 작은 우주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손승우 교수님의 말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필립 모리슨의 『10의 제곱수』라는 책을 참고 도서로 추천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함께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필립 모리슨, 『10의 제곱수』


「코스모스」에서 보여 주었듯 광물의 원자 구조는 단순합니다. 똑같은 원자 구조의 반복입니다. 그렇다면 이 원자들이 어떻게 하면 DNA가 될까요. 생물과 미생물이 나뉘게 된 순간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손승우 교수님은 ‘상전이(phase transition, 相轉移) ’를 설명했습니다.



“「코스모스」에서는 H2O라는 분자가 응결되어 있으면 액체가 되고, 에너지를 뚫고 나오면 기체가 된다는 상의 변이를 설명합니다. 액체라고 하는 상(相)이 있고, 기체라고 하는 상이 있는 겁니다. 이런 상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은 열에서 오는 변동과 안정화되려는 힘 사이의 경쟁이거든요. 이 경쟁을 기술하는 것이 상전이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바로 이 부분에 통계 물리학이 있습니다.”


액체가 고체로, 기체로 상전이 할 때 분명한 성질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분자가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성질들은 분자만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알게 합니다. 이를 통해 생명의 탄생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손승우 교수님의 말이었습니다. 어쩐지 조금 설레는 말입니다. 




Game of Life

본격적인 통계 물리학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상전이에서 생명도 탄생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손승우 교수님은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좀 더 현실적으로 보여 주는 영상을 소개합니다. 세포 단위에서 분자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담은 영상입니다. 실제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말에 더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분자의 결합, DNA 복제, 물질의 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세포 안의 또 다른 우주였습니다. “작은 세계 안에는 또 다른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사실”, 놀랍지 않습니까.


이 소우주에는 어떤 메커니즘이 있는 걸까요. 어떻게 분자들이 결합해 ‘생명’이라는 것이 생겼을까요. 그 안에 있는 규칙을 발견해 낼 수는 있을까요. 이것은 많은 과학자들이 궁금해 한 내용입니다. 손승우 교수님은 여기에 약간의 힌트가 될 만한 흥미로운 정보를 주었습니다. 마틴 가드너의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보려면 아주 큰 체커보드(checkerboard, 바둑판) 하나와 두 가지 색으로 된 수많은 플랫카운터(flat counters, 장기말)만 있으면 충분하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말입니다. 이것은 생명 탄생의 가능성을 엿보는 일입니다. 


먼저 ‘세포 자동자(Cellular Automata)’입니다. 눈꽃송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복적인 패턴으로 결정이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죠. 나뭇잎을 상상해 볼까요. 같은 패턴의 무한한 반복이 만들어 내는 복잡성의 세계가 그 안에 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포 자동자는 의식 없이 간단한 규칙만으로 복잡한 패턴이 만들어진다는 내용입니다.


“혹시 로봇이 존재한다면, 로봇을 복제하는 로봇이 또 있다면, 생명과 같은 진화 모습이 가능할까 하는 질문을 던져 보는 거예요. 최초의 생명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지만 진화는 이런 식으로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겁니다.”


세포 자동자(이미지 출처: 클리퍼드 픽오버, 『수학의 파노라마』, 김지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5년)


폰 노이만과 울람은 이와 관련해 간단한 규칙을 두는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한 줄로 된 격자에 1과 0의 숫자를 임의로 넣습니다. 그리고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적용되는 규칙을 정합니다. 가령 이웃한 양쪽 칸에 0이 있고, 가운데 칸에 있는 숫자도 0이라면 다음 세대에 0을 입력합니다. 0의 왼쪽 칸에는 0이고 오른쪽 칸에는 1이라면 다음 세대에는 1을 입력합니다. 양쪽에 0이 있고 가운데 칸의 숫자가 1이라면 역시 0, 왼쪽 칸에 0이고 오른쪽 칸에 1이지만 가운데 칸의 숫자가 1이라면 1입니다. 


(이미지 출처: 손승우 선생님 강연 PPT 중에서)


이런 식으로 여덟 개의 규칙을 정했습니다. 이제 실험을 진행합니다. 점 하나로 시작하는 겁니다. 과연 어떤 구조가 만들어질까요. 자, 확인합니다. 


파스칼의 삼각형이 보여 주는 프랙털 구조(이미지 출처: 클리퍼드 픽오버, 『수학의 파노라마』, 김지선 옮김, 사이언스북스, 2015년)


놀랍게도 프랙털 구조가 나옵니다. 이제 이 실험을 2차원에서 해 보기로 합니다. 존 콘웨이의 Game of Life입니다. 영상을 볼까요. 아주 간단한 규칙만으로, 심지어 구성 요소가 ‘있다, 없다’임에도 불구하고 이 간단한 규칙에 따라 어떤 양상이 벌어지는지 보겠습니다. 존 콘웨이가 직접 등장합니다. 



곧이어 보는 영상은 Game of Life를 인위적으로 다양하게 디자인했을 때 어떤 모습이 가능한지 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놀라셔도 좋습니다.



“정말 단순한 입자 하나를 가지고 규칙을 적용해 만든 것이라고 믿겨지세요? 이것이 아까 보여 드렸던 세포 안에서 작동하는 분자들의 움직임처럼 보이지는 않으세요? 반드시 그렇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웃음) 이런 식으로 우리가 하나의 작은 입자에 깊이 더 깊이 들어가서 본다고 해도 생명을 이야기하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그 작동 안에서 전혀 보기 힘든 다른 상태가 발생하는 것이 바로 복잡계에서 이야기하는 ‘창발’이라고 하는 건데요. 가창오리 떼가 날아가는 것이 그렇죠. 오리 한 마리를 이해할 순 있어도 오리 떼가 커다란 구름 같은 것을 만들며 돌아다니는 것을 이해할 순 없잖아요. 그것처럼 복잡계에서 대표적인 것 하나가 생명이라는 겁니다.”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당연하지요. 생명 탄생을 간단하게 이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 영상으로 보았듯 아주 간단한 규칙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은 막연하게나마 생명의 정체를 짐작하게 합니다. 많은 생명이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보여 주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생명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과학자들이 사랑하는 동물, 예쁜 꼬마 선충(C. Elegans)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예쁜 꼬마 선충의 세포 수는 약 1,000개입니다. 그중 300개 정도는 신경 세포입니다. 과학자들은 예쁜 꼬마 선충의 이런 특징을 기반으로 예쁜 꼬마 선충의 뉴런 정보를 모두 분석했습니다. 예쁜 꼬마 선충과 똑같은 구조의 전기 회로망을 로봇으로 구현하자, 로봇은 어떤 움직임을 보입니다.



“시냅스의 강도는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지는 못했고, 연결 구조만을 시뮬레이션해서 움직임을 확인했어요. 구조와 관계만을 결합했는데 동물이 움직이는 듯한 모양을 만들어냈죠. 창발입니다. 이런 창발의 단계가 원자가 모여 분자를 만드는 단계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요. 작은 분자가 모여 다른 생명체를 만드는 단계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신경 세포가 모여 생명체의 움직임을 만드는 단계에서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각 단계에서 많은 창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고요. 그것이 생명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고 생명을 상상하며 흥미로운 화두를 던진 손승우 교수님은 마지막으로 책 두 권을 추천했습니다. 물리학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를, 생명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게놈 익스프레스』를 권합니다. 다음 독서 목록에 올려 두어야겠습니다.





질의응답

워낙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 만큼 질문도 쏟아졌습니다. 역시 우주가 있었고, 미시 세계가 있었습니다. 생명 탄생에 관한 상상도 물론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태양에서 지구로 빛이 전달되는 동안에 우주 공간도 뜨겁거나 따뜻한가요? 

이명현(이하 ‘이’)태양에서 에너지가 나오잖아요. 그러면 태양 근처는 뜨겁고 먼 곳은 차갑겠죠. 에너지가 거리 제곱에 반비례해 점점 약해지잖아요. 그러니까 지구에서 이 정도 열기를 느끼는 것이고요. 화성에 가게 되면 훨씬 더 추워요. 명왕성쯤 가면 표면에 닿는 태양 에너지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태양광 패널은 사용하지도 못할 정도일 겁니다. 


완보동물(물곰)이 진공에서 견딜 수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완보동물은 변신을 빨리 하는데요. 우리가 뜨겁거나 차가운 것을 버티지 못하는 이유가 세포 속에 물이 차 있으니까 이것들이 온도 변화에 따라 터지기도 하고 얼기도 하기 때문이잖아요. 완보동물은 그런 것에 적응이 무척 빨라요. 예를 들어 척박한 환경에서는 물을 거의 빼서 말라 비틀어진 나무처럼 변신을 하는 거예요. 나무가 월동하는 방법이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물을 차단하는 거잖아요. 겨울에는 얼지 않도록 하면서 버티는 거거든요. 그런 기능을 완보동물이 가지고 있다고 해요. 진공 상태에서 몇 년을 버틸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것 때문에 외계 생명체 연구 하시는 분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목성은 중력이 강한데 왜 작게 뭉치지 않나요? 

이: 중력이 강하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수소, 메탄 등의 양이 많기 때문인데요. 태양도 엄청나게 크지만 기체 상태로 있는 거잖아요. 뭐든지 평형을 이루고 있으려면 메커니즘이 있어야 해요. 가만히 있으면 중력 방향으로 수축을 하는데 태양은 안에서 핵융합을 하니까 밀어내는 복사압 때문에 균형을 이루고 있는 거고요. 그런데 목성은 사실 내부를 잘 몰라요. ‘주노’라고 하는 탐사선이 가서 궤도를 돌고 있는데요. 주노가 목성 내부가 금속인지 암석인지 여전히 액체 상태인지 하는 것들을 조사하게 돼요. 그러면 목성이 (붕괴하지 않고) 버티는 메커니즘을 알게 될 거예요. 사실은 아직까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주노를 통해 많은 것이 밝혀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원자의 크기는 같나요? 

손승우(이하 ‘손’): 원자의 크기는 원자에 따라 다릅니다. 원자마다 원자핵의 개수가 다르고요. 원자핵 주변을 도는 전자들이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가 달라요. 원자의 크기란 원자핵의 크기를 말하는 건 아니고요. 주변의 전자구름이 어디까지 있을 것인가를 포함해 말하는 것입니다. 


「코스모스」에 탄소와 규소를 비교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탄소가 규소보다 유연하므로 생명의 재료로 선택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손: 규소와 탄소가 비슷한 점은 최외각 전자가 채워진 개수예요. 그래서 주기율표에 같은 족에 있죠. 규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생명체도 상상할 수 있을 텐데요. 사실 규소로 만든 것이 반도체예요. 그것이 산화되어 모여 있으면 소위 말하는 모래가 되는 거고요. 규소로 된 생명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사람들이 계속 던지고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힘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설명한 자기조직 원리는 간단한 규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복잡한 생명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것은 우주 생명이 서로 아주 다를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요? 

손: 전혀 다른 원리의 생명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탄소, 질소, 산소, 이런 것들이 만들고 있는 규칙들일 텐데요. 그것 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다른 규칙이 들어올지도 모르죠. 꼭 분자 수준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런 건데요. 우리가 지금 여기에 안전하게 살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들이 많잖아요. 인류는 그런 바이러스에 적응하면서 진화해 왔기 때문에 살고 있는 건데요. 보통 SF를 보면 외계인이 지구에 오자마자 죽잖아요. 지구에 있는 바이러스 때문에요. 그들이 유지한 생태계는 지구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깨지는 거죠. 


유전 정보를 잃어버리게 하는 요소가 있나요? 

손: 가장 쉬운 게 그냥 뜨겁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 같은 것이 우주나 혹은 너무 더운 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이유가 그것인데요. 적당한 온도 범위 밖에 있으면 규칙이 바뀌어요. 단백질 모양이 잘 접혀야 우리 몸 안에서 기능을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온도에 따라 쭉 펴지기도 하고요. 사슬이 끊어질 수가 있습니다. 우선 뜨겁게 만들면 유전 정보를 다 잃어버릴 수 있죠. 


단순한 물질과 규칙으로 생명과 비슷한 것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소프트웨어 상에서 고등 생물 혹은 진화를 구현해 볼 수 있을까요? 

손: 네. 실제로 비슷한 게임이 있어요. 아까 단세포 생물이 다른 생물에게 잡아먹히는 영상을 보셨잖아요. 그것과 비슷한 것을 사람들이 게임으로 만든 게 있어요. 굉장히 단순한 선이 기어 다니다가 다른 좀 더 큰 것을 만나면 잡아먹고, 이렇게 계속 진화해 나가는 식이에요. 굉장히 고차원적인 걸 만들지 않고도, 그런 게임만으로도 우리가 진화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요. 그 안에서는 전이도 일어나고요. 새로운 것이 우연치 않게 생겨나서 다른 것을 잡아먹기도 해요. 그걸 보고 있으면 단순한 시뮬레이션이지만 정말 자연이 이렇게 진화하고 발전해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칼 세이건 살롱 2016> 8강 ‘태양의 자매들(Sisters of the Sun)’은 11월 18일 금요일 7시에 ‘벙커1’에서 진행됩니다.



글 : 신연선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 복잡계 과학 도서 ※

형태학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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