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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5) 서민의 발 본문

완결된 연재/(完)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5) 서민의 발

Editor! 2013.11.20 09:26

자동차 저널리스트이자 DK 대백과사전 「카 북」의 번역자 중 한 분이시기도 한 류청희 선생님 - 메탈헤드란 닉네임이 더 친숙한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 이 「카 북」에 등장하는 자동차 관련 이야기들을 들려드립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마지막 편인 15편, 시작합니다.

* 본 연재는 마른모들의 Joyride (http://blog.naver.com/joyrde)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프롤로그) 자동차와 두근두근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 시대를 잘못 타고난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2) 기념비적 혁신을 이룬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3) 독특함으로 눈길을 끈 차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4) 사라진 럭셔리 브랜드 편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5) 영화와 함께 유명해진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6) 포르셰 박사의 흔적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7) 전쟁을 위해, 전쟁에 의해 만들어진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8) 세계적 유명인이 사랑한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9) 모터스포츠의 발전과 함께 한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0) 모던 클래식의 바탕이 된 차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1) 뿌리 깊은 나무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2) 오픈 카의 멋과 여유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3라이벌 매치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4) 카로체리아들의 걸작 편에 이어...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5) 서민의 발 


글 : 류청희(메탈헤드)


서민의 발


연재 마지막 순서인 이번 포스트에서는 적당한 크기, 저렴한 값과 유지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동의 즐거움과 생활의 도구로 사랑을 받은 차들을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자동차가 세상의 모습을 가장 크게 바꿔 놓은 발명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기술과 환경의 변화 덕분에 자동차가 탄생하고 발전할 수 있었지만, 자동차 때문에 사람의 생활과 세상의 모습이 달라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무엇보다도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도로와 교통의 발달 덕분에 우리의 생활은 과거보다 많이 편해지고 자유로워진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런 변화를 가져다 준 이유는 대중적인 자동차가 등장해 널리 보급된 것입니다. 자동차가 실험적이거나 부유층의 전유물에 머물렀다면 세상의 모습은 초기 산업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복잡한 기계 요소를 바탕으로 달리고 돌고 서는 기본적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도 평범한 사람들이 충분히 사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고 경제적인 차를 만들기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은 점점 많아지고 있죠. 각종 편의장치는 물론이고 안전성과 친환경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요즘의 흐름입니다. 그래서 대중을 위한 차라고 해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를 차근차근 읽다 보면 세월이 흐르면서 대중차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먼저 자동차 대중화의 문이 열린 것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자동차 대량 생산의 효시는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두 번째 연재물인 ‘기념비적 혁신을 이룬 차’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올즈모빌이 부품을 규격화해 만든 커브드 대시(『카 북』 16쪽)였습니다. 커브드 대시 이후로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데 이어 포드가 일관 생산 방식을 적극 활용해 모델 T(『카 북』 17쪽, 18~21쪽)를 만들면서 자동차의 보급과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포드 모델 T의 역사적 중요성과 파급효과가 워낙 컸던 탓에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대중차들은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델 T만큼은 아니어도 자동차 역사가 긴 유럽에서는 나름의 대중차가 자리를 잡아 나가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초기 자동차 강국 중 하나였던 프랑스에서도 푸조 베베(『카 북』 17쪽)같은 차들이 나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죠.


푸조 베베는 원래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스 엔지니어인 에토레 부가티가 독일 자동차 회사인 반더러(Wanderer)를 위해 설계했던 차로, 작고 저렴하면서 실용적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낀 프랑스 푸조가 반더러와 계약을 맺고 프랑스 시장용으로 만든 차였습니다. 1905년부터 1916년까지 생산된 이 차는 처음부터 대중차로 설계된 덕분에 기술적으로도 단순해서 유지하기도 편리했습니다. 생산대수는 3,095대로 지금의 기준으로는 보잘것없지만 당시로서는 엄청난 숫자였습니다. 푸조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 모델이 3,000대 넘게 생산된 것이 이 차가 처음이었을 정도니까요. 베베의 인기는 푸조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차를 설계한 에토레 부가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자동차 회사에서 1920~1930년대에 모터스포츠를 휩쓸고 세계 명사와 귀족들을 매료시킨 여러 명차들을 만듭니다.



1920년대에 들어서면 포드 모델 T에 자극을 받아 여러 가지 대중형 차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영국의 포드 모델 T라고 할 수 있는 오스틴 세븐(『카 북』 60~61쪽)이 등장한 것도 1922년의 일이었습니다. 포드는 이미 1911년에 영국에 조립 공장을 세우고 그곳에서 만든 모델 T를 영국과 유럽에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영국 토종 회사인 오스틴은 모델 T보다 좀 더 영국 실정에 맞는 대중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세븐을 만들었습니다. 예상대로 오스틴 세븐은 영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모리스 마이너(『카 북』 61쪽)와 같은 경쟁차가 탄생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합니다. 오스틴 세븐과 모리스 마이너에 관한 이야기는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 13번째 연재물인 ‘라이벌 매치’에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대중차의 물결은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좀 더 많은 나라로 퍼지게 됩니다. 그러면서 수십 만 대 단위로 만들어져 팔린 차들도 속속 등장하게 되는데요. 1936년에 나온 피아트 토폴리노 500(『카 북』 75쪽)도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큰 인기를 얻은 대중차 중 하나입니다. 이 차의 정식 모델 명은 500(‘친퀘첸토’)이었지만, 귀여운 생김새 덕분에 당시 이탈리아에서 인기 있었던 미국 만화영화 미키 마우스를 이탈리아 어로 표현한 토폴리노(Topolino, 생쥐라는 뜻)를 별명으로 얻었습니다. 폭스바겐 비틀처럼 별명이 모델명처럼 쓰이게 된 셈이죠. 두 명만 탈 수 있는 아주 작은 차였지만 유럽 다른 나라보다 자동차 보급이 늦었던 이탈리아에서는 토폴리노 500이 나오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토폴리노 500은 제2차 세계 대전을 앞둔 시기에 나왔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생산되었고, 1948년에 겉모습을 한 번 바꾼 뒤 1955년까지 생산되었습니다. 그리고 1957년에 새롭게 선보인 누오바 500(누오바 500, 『카 북』 152쪽, 162~163쪽)으로 인기를 대물림하죠. 흔히 피아트 친퀘첸토라고 하면 나중에 나온 누오바 500을 이야기합니다. 누오바 500은 폭스바겐 비틀, 오스틴/모리스/로버 미니, 시트로엥 2CV와 더불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대중차 시장을 휩쓴 장수 인기 모델 중 하나로 꼽힙니다. 1975년까지 18년 동안 약 390만 대가 생산된 누오바 500은 귀엽고 개성 있는 생김새에 힘입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2007년에 나온 신형 500의 레트로 스타일도 이 차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 일본차가 빠르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합니다. 저렴한 값과 무난한 성능, 적당한 꾸밈새를 고루 갖춘 일본 차는 특히 소형차 시장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끕니다.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은 대표적 일본 소형차로는 토요타 코롤라(『카 북』 179쪽)를 꼽을 수 있습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전후로 일본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동차 판매도 붐을 일으키는데,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일본 내에서 경쟁으로 다진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로 발을 넓히기 시작합니다. 그 선두에 선 차 중 하나가 바로 코롤라였습니다. 특히 1970년대 들어 석유 파동의 여파로 미국에서 소형차 인기가 급증하면서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게 되죠. 따지고 보면 지금 일본 차가 세계 시장에서 누리고 있는 인기의 기반을 다진 차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면에서 지금 우리가 접하는 자동차의 틀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1970년대가 시작됩니다. 자동차 대중화에 따른 환경과 교통 문제, 안전 문제 등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체계화된 것이 바로 1970년대였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대대적인 자동차 업계 재편이 이루어지고, 유럽에서는 해치백이라는 장르가 대중차 시장의 주류로 자리를 잡습니다. 지금도 인기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카 북』 233쪽, 238쪽)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때지요.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는 여러 해치백이 나와 인기를 얻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조금 독특한 색깔을 지닌 차가 르노 5(『카 북』 216쪽)입니다.



1972년에 처음 나온 르노 5는 우리나라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1996년까지 약 550만 대가 생산된 인기 장수 모델입니다. 간결하고 개성 있는 겉모습은 1970년대 프랑스 산업 디자인의 상징처럼 여겨질 정도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손질되기는 했지만 1990년대까지 신선함을 잃지 않을 정도로 독특했죠. 게다가 이 차의 디자인은 디자이너 미셀 부에(Michel Boué)가 여가 시간에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디자인은 간결했지만 크기에 비해 넉넉한 실내공간과 경쾌한 달리기 성능으로 많은 팬을 거느렸습니다.



르노 5는 혁신적인 점도 많았습니다. 소형차에서 드물었던 충돌 안전 설계를 적극 도입했고, 범퍼에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 것도 획기적이었습니다. 게다가 5도어 모델과 3도어 모델이 나왔지만 보편적인 다른 소형차와 달리 3도어 모델의 인기가 더 높았습니다. 3도어의 스타일이 5도어보다 훨씬 나아 보였기 때문이었지요. 한편 후기형 모델 중 차체 앞쪽에 있던 엔진을 운전석 뒤로 옮기고 고성능으로 튜닝한 R5 터보(『카 북』 63쪽)는 여러 모터스포츠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원래 여성 오너를 겨냥해 만든 차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지요. 사실 르노 5가 걸었던 길은 유럽의 다른 여러 인기 소형차들도 비슷하게 밟았지만, 르노 5는 여러 면에서 개성이 두드러진 차였음은 분명합니다.



『카 북』에 국산차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서운해 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사실 세계 자동차 역사에서 국산차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입니다. 그리고 여러 면에서 자동차 시장이나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 차도 많지 않죠. 그래도 짧은 자동차 역사를 생각하면 국산차나 국내 브랜드 차가 실려 있다는 것은 뿌듯할 일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시장에 한국 차를 알린 첫 모델인 현대 엑셀(『카 북』 254쪽)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지만 미국에서도 반향이 컸던 차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처음으로 미국에 수출한 모델이었던 엑셀은 앞바퀴 굴림 방식으로 만들어진 첫 국산차이기도 했습니다. 1986년 1월부터 미국 판매를 시작한 엑셀은 첫 해에 16만 8000여 대를 판매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끄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이탈디자인의 현대적인 디자인과 일본차에 버금가는 꾸밈새 및 편의장비, 그리고 저렴한 값이라는 요소를 고루 갖춘 덕분이었습니다. 이때 엑셀이 세운 미국 연간 판매 기록은 미국 이외 회사로 미국시장의 문을 두드린 곳이 세운 것으로는 전무후무한 것입니다. 물론 오래지 않아 낮은 품질과 서비스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고전하지만, 엑셀은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성장하게 된 밑거름이 된 차였습니다.

현대 엑셀의 이야기로 오랫동안 이어진 메탈헤드의 『카 북』 읽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꽃피는 봄에 시작해 첫 눈과 함께 끝을 맺기까지, 『카 북』에 담긴 역사적인 자동차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처음 연재 시작할 때 말씀드렸듯이, 자동차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존재입니다. 『카 북』은 여러분께 그런 재미와 더불어 지식도 채워드릴 수 있는 훌륭한 책입니다. 그동안 연재했던 제 글이 『카 북』과 함께 여러분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더욱 키워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완결을 기념한 이벤트! 

페이스북에서 이벤트 중입니다. 연재 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편에 대한 감상, 혹은 연재 전반적인 감상을 덧글로 남겨주시면 추첨으로 『카 북』의 표지 모델이기도 한 애스턴 마틴 DB5의 1:18 모형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12/1 한, 12/2 발표) 이벤트 가기(클릭)







DK 대백과사전 「카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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